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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가교 「광인들의 축제」(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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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가교 「광인들의 축제」(공연리뷰)

입력
1996.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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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서 펼쳐지는 악몽같은 광기/권력따라 재편된 힘의 질서 조명관객들은 좁고 치렁치렁 천이 늘어진 통로를 통해 극장에 들어선다. 안은 동굴이다. 무대와 객석도 구분이 없다. 대충 계단처럼 생긴 돌에 걸터앉아야 한다. 조명이 밝아지면 교수 이매명과 연극배우 이화령이 전란을 피해 이 동굴에 몸을 숨긴다. 이제 연극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안도감도 잠시, 정체모를 광인들이 여기저기에서 등장해 관객들을 다시 불안케 한다.

극단 가교의 「광인들의 축제」(12일까지 문예회관소극장)는 동굴탐사 같은 연극관람이 이루어지는, 대학로에서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는 분위기의 연극이다. 악몽과 같은 광인의 축제를 통해 정상인의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다소 무겁게 시작하지만 배우들과의 즐거운 교감이 있다. 극중극을 통해 「연극이란 이런 것」이라는 적나라한 드러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동굴로 꾸며진 극장 구조, 연극적 논리가 전개되는 과정, 유희성등이 관객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한다.

이근삼 작, 이승규 연출로 69년 극단 가교에 의해 초연됐었다. 극단의 창단멤버인 이승규 김동욱 김진태등이 현재의 젊은 단원들과 함께 했다. 27년만에 다시 연출을 맡으면서 이승규는 작품을 새롭게 해석했다. 등장인물의 광기의 원인을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고(예컨대 군부정권에 두 아들을 잃은 어머니, 권력자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은 여자, 지존파와 같은 사회병리적 범죄자등), 신학적 해석은 제거했다. 동굴 속의 축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늘 권력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온 힘의 질서 또는 권력의 이동을 보여준다. 이승규는 이것이 한국 근·현대사의 특징이라고 말하고 있다.<김희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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