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감독원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창구인 증권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들의 증자나 상장, 회사채 발행등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다.이때문에 최근 기업들이 은행등 금융기관을 통해 돈을 빌리는 간접금융을 줄이고 증자나 회사채 발행등 금융비용이 적은 직접금융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기업의 돈줄을 조절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
특히 기업공개나 증자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은 줄을 서있는데 비해 최근 증시가 침체국면을 보이면서 제한적으로 기업공개나 증자를 허용할 수밖에 없게 되자 선정권을 쥐고 있는 증감원의 이권개입 소지가 커졌다.
최근 증자를 원하는 기업들은 1백개 이상에 달하는데 비해 증자가 허용되는 기업은 한달에 평균 4∼5개 밖에 되지않는 것만 보더라도 증자는 기업에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이 한해 증시에서 공개와 회사채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30조원규모. 올들어 5월말까지 14조3천7백억원에 달한다. 또 지난해 증시에 공개된 기업수는 36개에 이르고 있고 증감원이 이를 통괄하고 있다. 검찰은 백원장이 기업공개, 법인합병, 주식불법거래조사 등 업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고 밝혀 증감원의 기능 자체가 비리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감원측은 기업공개나 합병이 규정된 절차와 요건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결정받게 되므로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업무와 관련해서도 공개의 물량조절, 시기조정, 주식의 공모가격 및 기업합병시의 합병비율 결정 등과 관련해 관리·승인기관의 영향력이 개입될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또 6백50개에 달하는 기업이 상장돼 있는 주식시장내의 불공정거래조사와 증권사 투자신탁회사 및 산하 점포에 대한 검사에서 대상선택과 강도조절, 사법기관에 대한 고발 결정등과 관련해 얼마든지 비리가 끼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증감원은 또 「증시의 경찰」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 증시에는 소위 「작전」이라고 불리는 주가조작행위가 일부 증권사 직원과 펀드매니저들에 의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의 대주주들이 기업정보를 빼내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기는 각종 불공정행위도 은밀히 이뤄지는등 지능적인 경제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증감원은 이같은 세력에 대한 감시·조사권을 갖고 있어 자칫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감원은 77년 개원이후 78년 과장·대리급 직원 3명이 기업공개와 관련, 뇌물 수수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것을 빼고는 사정권밖에 벗어나 있는 금융권의 무풍지대였다. 고위급 임직원의 수뢰사실조차 한번도 적발되지 않았으며 백원장의 구속이 충격을 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때 온갖 경제범죄가 판치는 「복마전」으로까지 일컬어지기도 했던 증권업계를 감시·감독하는 증감원은 사실상 언제라도 대형 비리사건이 터질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는게 금융업계의 지적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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