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5일장 생생한 현장 보고서/젊은 사학도 3명 93년부터 250여곳 답사/특산물·지역역사·현장약도 꼼꼼히 기록지역문화를 연구하는 젊은 사학도 3명이 사라져 가는 우리나라의 전통 5일장을 정리한 「한국의 시장―사라져가는 한국의 오일장을 찾아서」(공간미디어간)의 3, 4권이 10일께 출간된다. 「한국의 시장」은 지난해 11월 1, 2권을 낸 이후 7개월만에 완간을 보게 됐다.
이 책은 93년 5월부터 95년 2월까지 5일장을 찾아 다니며 점차 사라져가는 각 지역 5일장의 여러 모습을 기록한 현장보고서이다. 서강대 사학과 동기생인 주영하 북경(베이징)중앙민족학원 박사과정연구자와 전성현(고교교사), 강재석씨(출판기획자)등 저자들은 87년부터 「땅과 사람에 대한 이해작업」의 한 방법으로 지역문화현장 찾기를 한 달에 한두번꼴로 해왔다.
이들은 풍경 스케치와 특산물, 풍물 소개에 그치지 않고 현장약도와 사진을 곁들여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업형태와 5일장을 둘러싼 삶의 모습, 역사적 사건과의 연관성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경기 강원 인천 서울 충남북과 대전지역을 다룬 1, 2권에 이어 3, 4권은 호남, 영남, 제주지역의 전통장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되는 5일장은 모두 250여 군데이다.
최치원이 저자를 열었다는 조치원장, 동학농민전쟁의 진앙이었던 고부 말목장터, 판소리의 중흥조 신재효와 고창읍성, 예스런 하동장과 영·호남이 만나는 화개장등의 역사적 유래를 오늘의 모습과 비교, 재미있게 풀어썼다. 굴비로 유명한 전남 영광장 구경의 압권은 오히려 쇠전과 고추장이다. 그래서 영광굴비의 건조법과 진위 구별법을 설명하면서 쇠전과 고추장을 제대로 보려면 아침잠을 설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2, 7자가 들어가는 날 열리는 하동장은 조선말까지는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던 큰 장이었다. 한국전쟁후 빨치산 때문에 황폐해졌으나 아직도 갓 쓰고 도포 입은 노인들을 볼 수 있다. 또 하동군에서는 1, 6일자가 들어가는 날 열리는 화개장이 지리산 산골을 이어주는 소통의 중심 구실을 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영·호남이 만나는 화합의 장 화개장은 현대화물결에 밀려 건물이 네 채밖에 없는 작은 시골장이 되었다. 이밖에 「진돗개가 매매되는 진도장」「장보고와 김의 고장 완도」 「엿타령이 걸쭉한 순창장」 「오징어가 많은 구룡포장」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들은 5일장에 등장한 중국, 미국산 농산물이 퇴락하는 우리 농촌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부록으로 「서울의 옛 시장」 「정기시장의 역사, 구조 그리고 변동양상」과 참고문헌을 실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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