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속 하모니” 양국 모두 도움/한국 낙후 시설·행정개선 계기/일은 경기력 수준 향상 기회로2002년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에 대한 양 국민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91년에 일찌감치 유치전을 시작, 주도권을 잡았던 일본이나 3년 늦게 뛰어들어서도 저돌적인 돌파작전으로 막판 승세를 움켜쥐었던 한국이나 모두 단독개최를 놓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공동개최는 양국에 실보다는 득이 많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정치,외교, 경제적으로 득이 있을뿐 아니라 양국의 축구수준을 동시에 제고시킬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이번 공동개최는 월드컵의 새로운 전개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시범케이스라는 중대한 의미도 갖고있다.
공동개최를 주도한 FIFA 개혁파의 리더 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회장이 밝혔듯이 한국과 일본의 개최능력에는 별 다른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설과 행정, 경기수준은 크게 다르다.
아벨란제회장이 2002년 월드컵개최지로 그처럼 일본을 고집했던 이유는 일본의 시설과 행정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특유의 마케팅능력에 감탄했기 때문이다.
아벨란제회장이 중립에서 이탈하면서 일본을 지지할때 『10여년 전만해도 일본의 어린애들은 축구공이 둥근지 네모난지 조차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경기장에 관중이 꽉 들어찰 정도로 축구 열풍이 불고 있다』며 그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행정력을 극찬했다.
비록 프로축구 J리그는 한국보다 꼭 10년 늦은 93년에 출범했지만 시설과 조직력, 행정력이 세계 정상수준이다. 완벽하게 관리되는 천연잔디 구장과 매게임 월드컵을 연상시키는 운영은 유럽 어느나라에도 못지 않는다.
공동개최는 경쟁과 하모니를 유발한다. 한국은 프로축구가 출범 14년째이지만 전적과 선수기록 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정도로 행정이 처져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공동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관리와 행정능력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반면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축구수준이다.
한국이 월드컵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을때 가장 앞세웠던 명분은 바로 한국이 아시아축구의 맹주라는 사실이다.
한국축구는 아시아권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월드컵 본선 4회 출전은 자랑할만 하다. 반면 일본은 아직까지 월드컵 본선에 단 한번도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월드컵의 공동개최를 계기로 양국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며 경기력은 바로 경쟁을 통해 빠르고 크게 향상될수 있다.
축구에 대한 제반여건의 제고와 함께 양국관계도 더이상 대립과 반목이 아니라 화합과 선린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월드컵은 98년 프랑스대회부터는 32개국이 출전한다. 불과 82년 스페인대회 때만해도 16개국이 출전했던 월드컵이었지만 이제는 양적으로 너무 커져 단독으로 개최할수 있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10여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한일 공동개최는 월드컵에 대한 열정은 뜨겁지만 제반 여건이 부족한 군소국가들에도 개최 희망을 제시해주는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양국의 대회준비와 운영은 크게 주목을 받을 것이다.<취리히=전상돈 기자>취리히=전상돈>
◎정치권 반응/시간 흐르며 서로 “다른 목소리”/여“공동이 더 의미” 긍정측면 부각/야「단독」무산 비판·정략이용 경계
월드컵 한일공동개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시간이 흐를수록 편차를 보이고 있다. 공동개최결정직후인 31일 밤 여야는 모두 환영을 표시했다. 그러나 공동유치 2일째인 1일 여야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신한국당은 이날 공동개최 의미를 적극 부각시키는 한편 월드컵지원 국회특위를 구성키로 하는등 월드컵지원대책 마련에 발빠르게 나섰다. 반면 국민회의, 자민련 등 야권은 여권이 월드컵유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의 한 측근은 『단독유치에 성공했더라면 국민의 카타르시스는 되었을지 모르나 한일관계를 감안할 때 공동개최가 더 의미가 있다』며 공동유치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당초 환영을 표시했던 국민회의는 이날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고 월드컵 단독개최를 확신했던 국민들의 실망이 큰 것같다』고 비판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설훈부 대변인은 이날 김대중 총재를 면담하고 난 뒤 논평을 통해 『정부·여당이 공동개최가 성공한 것처럼 강변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하는 태도』라며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면서 일본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자민련은 월드컵유치의 정치이용 가능성에 쐐기를 박고 나섰다. 김룡환 사무총장은 『월드컵유치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도 중요하다』며 최근 야권의 대여투쟁이 희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에 비해 민주당 김홍신 대변인은 『단독개최를 성사시키지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국민과 더불어 환영한다』고 환영쪽에 무게를 실어 다른 야당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이계성 기자>이계성>
◎정부 반응/청와대“한·일 두나라 성숙된 관계발전 도모”/총리실“아쉽지만 만족” 실무문제 처리 관심/문체부현수막 내걸고 자축 “문화홍보 노력”
○…청와대는 2002년 월드컵대회의 한일 공동개최에 대해 『우리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기뻐하며 박세일 사회복지수석을 중심으로 대회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김영삼 대통령도 공동개최로 결정이 난데 대해 다소 아쉬움을 느끼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한일 양국의 성숙된 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또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 『청와대 비서실에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앞으로 조직될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월드컵유치에 지나치게 나댄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그동안 이수성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월드컵유치 정부지원반을 비공식운영해 온 총리실은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되자 한편으론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2개국 공동개최는 FIFA사상 초유의 일이므로 FIFA가 중심이 돼 양국간 협의·조정기구를 만들어야 할 일이지만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선 양국 정부차원의 다각적인 채널이 가동돼야 할 것』이라며 『특히 개·폐회식 행사분배와 개최국 본선자동 출전권등이 중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무부는 공동개최가 확정된데 대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하다는 분위기이다. 특히 지난 4월말 공로명장관이 『단독개최는 한국이나 일본 어느쪽이 유치하더라도 후유증이 예상된다』며 공동개최수용 방침을 시사한 이후 단독개최유치운동과 함께 공동개최론을 부각시켜 온 양동전략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문체부는 31일 밤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되자마자 사전 제작해 놓았던 「경축 2002년 월드컵 개최확정」이란 글자가 적힌 폭 5 높이 20크기의 대형현수막을 청사정면에 내걸고 그동안의 가슴졸였던 유치노력을 자축.
문체부는 주무부처인 만큼 장·차관이 대외홍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체육관련 부서 관계자의 상당수가 월드컵유치위원회에 파견돼 정책개발과 실무지원에 총력을 기울여 와 남달리 들뜬 분위기이다.<홍희곤·변형섭 기자>홍희곤·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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