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대결 돌파구 열 계기 전망/여론의식 「약효」 작용 시간문제스포츠는 스포츠일 따름인가, 아니면 정치의 한 변수가 될 수 있는가. 「스포츠 폴리틱스」라는 신조어가 있듯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제적 규모의 스포츠는 정치의 변수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실제 88올림픽때 정치권은 정쟁중지를 선언하고 행사준비,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 바 있다.
이런 통념을 기초로 하면,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는 작게는 현재의 경색정국에, 크게는 정치전반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여당이 1일 『이제 장외투쟁을 끝내자』고 촉구하고 야당이 『월드컵을 정치적으로 악용말라』고 반박한데서도 정치권이 월드컵을 의식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유치가 정치권의 「마스터 키」일 수는 없다. 여야가 월드컵유치를 계기로 정국운용 전략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지만 당장 상황반전의 타협을 도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않다. 국민여론이 정쟁중지를 바라는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여야의 접점이 별로 없기때문이다.
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무소속영입의 원상복귀, 대국민사과 등을 수용하기 힘들고 야당도 여당의 고압적 자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원내에 복귀하기도 곤란하다. 만약 여당이 5일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하면 여야의 타협가능성은 더 희박해지게 된다. 야당은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며 여야간에는 양보없는 난타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월드컵의 약효가 즉시 나타나기 힘들지만, 궁극적으로는 월드컵유치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정기간이 지나도록 정국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민여론이 경색정국의 장기화를 매섭게 비난할 것이고 여야의 각 정파들도 이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여야는 월드컵을 고리로 적당한 명분을 마련, 경색정국의 해법을 도출할 공산이 크다. 최소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전개될 것이다. 신한국당의 이홍구대표가 월드컵유치를 설명하기 위해 야당총재를 방문키로 한 대목도 정국해빙을 위한 분위기 조성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야총무들도 자주 접촉을 할 예정이고 여야간 막후채널도 활발하게 가동될 수도 있다.
이들 대화에서 여야는 「대승적인 타협」을 도출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이지만 야당이 요구수준을 낮추고 여당이 포괄적 유감표명, 선거법 등의 제도개선 약속 등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극적타협이 당장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하는 시각은 별로 없다. 하지만 경색정국이 6월초순을 넘도록 계속된다면 월드컵유치를 계기로 고조된 「애국적」 국민감정이 여야의 타협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월드컵유치는 6월 초순 이후부터는 정쟁중지를 바라는 여론과 맞물려 정국에 심대한 영향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월드컵변수는 장기적으로 정치행태 등 정치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적 감각, 유연한 정치행태 등이 정치인의 덕목으로 요구될 수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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