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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잘 치를것” 국제적 기대/취리히 현지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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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잘 치를것” 국제적 기대/취리히 현지표정

입력
1996.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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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개인교습 유치설명 준비 일 대표 “실망”/취재 전쟁 긴급 타전으로 호텔 통신망 마비/한국 유치단,시내 한식당서 서로 노고 치하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공동개최 결정은 한국유치위원회 대표단의 승리인 반면 최종 순간 단독개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과 국제축구연맹(FIFA) 아벨란제 회장의 패배라는 것이 취리히 회의장 주변의 분위기였다. 또한 이왕 결정된 공동개최를 한일양국이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고 또 치를 수 있다는 국제적인 주문과 기대가 겹쳐지기도 했다.

○…공동개최가 결정되자 단독개최국 결정투표시의 유치설명회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온 양국 유치위원회는 실력발휘 기회가 없어진 데 대해 못내 서운한 표정. 특히 일본의 가와부치 사부로 J리그 위원장은 영어 개인교사까지 두고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회를 박탈당해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공동개최가 발표되던 날 한국기자단 숙소인 취리히 쉰네후스 호텔은 기자들의 기사및 사진송고로 인해 통신망이 완전히 마비되다시피 했다. 이 호텔은 국제전화 라인이 불과 3개 뿐인데다 기사및 사진 마감 시간이 겹쳐 기자들이 묶고 있는 50여개의 방에서 일제히 국제통화가 시도된 때문이었다.

더욱이 이 때문에 전화를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된 일반 투숙객들의 강력한 항의로 호텔측은 기자들의 통화시간이 10분을 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이번 결정으로 FIFA내 입지가 크게 흔들린 아벨란제 회장이 이번엔 건강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자랑해 온 그는 31일 FIFA 집행위원회 기자회견을 마친후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승용차로 이동할 만큼 극도로 쇠약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유치위원회 대표단은 공동개최 결정에 대해 「사실상 한국의 승리」라며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일본이 막판에 자신들의 절대적인 불리를 절감하고 공동개최를 수용함으로써 그동안의 높은 콧대가 꺾였다고 일본의 완패를 거론하기도.

대표단은 취리히 시내 한국식당 「고려정」에서 취재기자들과 직원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며 서로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번 취리히 FIFA회의 기간에 양국 유치위의 홍보전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비해 한수 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은 지난달 28일부터 FIFA본부 옆 로제베르크 호텔에 홍보실을 만들고 찾아 오는 기자들에게 최근 일본이 기린컵에서 유고슬라비아를 1-0으로 이긴 사실과 FIFA랭킹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고 내외신기자회견을 갖는등 자국의 홍보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반면 한국은 당초 계획했던 외신기자회견을 취소했고 준비해간 홍보자료마저도 제대로 배포하지 못해 그대로 서울로 가져와야 할 형편이다.<취리히=전상돈 특파원>

◎각국 반응/미국­“전통적인 대결 의식에 난제 산적”/러시아­“뜻밖 결정… 법적 기반 마련 과제”/중국­논평이나 해설 없이 짤막히 보도/독일­“유치경쟁 과열 감안 적절한 결정”

2002년 월드컵 한·일공동개최 결정에 대해 세계 각국은 1일 환영의 뜻을 표했다. 각국은 특히 공동개최 결정이 한·일 양국간 우호와 친선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미 뉴욕 타임스는 이날 사상 처음인 공동개최 결정이 일본의 태도 변화로 가능했으며 FIFA가 논리적 모순을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공동개최 결정으로 ▲결승전 개최국 결정 ▲자동 출전국 문제 ▲남북한 분산개최 등 미해결 문제가 남았다며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한 양국의 전통적인 적대감으로 보아 앞으로 개막식과 폐막식 장소 결정 등을 놓고 치열한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이나 해설없이 공동개최 결정 사실을 짤막히 보도하면서 『이같은 타협은 지난달 30일 밤 한국의 이홍구 전총리와 일본의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전총리간 비밀회동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TV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고 전하면서 이번 결정으로 FIFA는 규약개정작업을 거쳐 공동개최의 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공동개최에 따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독일 언론들은 이날 공동개최 결정이 양국의 과열 유치경쟁과 축구 이외의 분야에 미칠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적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DPA통신은 공동개최 결정이 일본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가능했다며 일본은 공동개최를 수용하지 않다가 모두를 잃을 우려에서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국 언론들은 월드컵 유치경쟁으로 한·일양국의 해묵은 적대감이 되살아 나는 양상을 보였다고 지적하면서 『양국은 협력해 성공적인 대회를 세계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남미 축구강국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공동개최 결정으로 양국 모두가 커다란 상처를 받지 않게 돼 다행』이라며 『양국의 협조가 한결 중요해 졌다』고 밝혔다.<정리=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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