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벨란제에 편중 반쪽승부 잘못” 지적/지자체들,충격속 축하이벤트도 취소/민단 “한·일간 「마음의 벽」 제거 계기”○…일본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공동개최 결정을 FIFA 내부의 세력균형과 한국의 추진력에 밀려 어쩔수 없이 받아 들였다고 보고 있다.
사실 일본은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공동개최는 한국의 전략일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독개최권을 따낼 수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FIFA 이사회가 진행되고 있던 이날 하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공동개최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했다.
가지야마 세이로쿠(미산정륙)관방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공동개최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고 외무성 문부성등 관련부서에서도 공동개최의 가능성을 비추기 시작했다.
공동개최의 소식은 이날 NHK TV가 밤 9시뉴스에서 머리기사로 취리히로부터 생방송으로 보도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 언론들은 공동개최결정에 대해 한일 양국의 축구협회뿐만 아니라 정부 경제계등이 거국적으로 참여, 치열히 경쟁한데 대한 FIFA내부의 반발과 월드컵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어쩔수 없이 내려진 결론이라고 분석했다. 또 특히 3년이상 뒤늦게 따라온 한국의 선전과 주앙 아벨란제 FIFA회장에게 기울어 반쪽의 승부만 해온 일본유치관계자의 편협한 시각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공동개최로 결정되자 월드컵경기 유치를 희망한 15개 지방자치단체의 충격은 더욱 크다. 주민들의 세금에서 2억3천5백만엔씩, 모두 35억엔(유치자금 70억엔중 절반)의 자금을 유치위원회에 지원했으며 거액을 들여 경기장을 개수하거나 신설하기로 하는 등 2002년 월드컵유치를 해당지방의 도약의 기회로 삼았으나 공동개최로 인해 기대가 대거 무너지게 됐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 일부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유치를 추진했으나 공동개최로 인해 일부 도시가 탈락하거나, 경기수가 축소되게 되어 기대이하의 성과밖에 거둘 수 없다.
15개 지방자치단체는 단독개최가 결정될 경우 축구장에서는 물론 역이나 번화가에서 축하퍼레이드, 불꽃놀이, 축하기념바겐세일, J리그축구팀과의 특별행사등 각종 축하이벤트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공동개최결정에 이르자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이를 취소하기로 했다.
○…재일동포 사회는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를 차선책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재일민단중앙본부는 이날 밤 신용상단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공동개최시 한일양국간에 외교적, 국내적으로 여러 문제도 예상되나 양국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것』이라고 환영.
민단은 성명에서 『월드컵이란 세계최대의 스포츠제전을 공동으로 추진시켜 나갈 경우 한일간에 놓여 있는 「마음의 벽」을 제거하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공동개최 성공을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부 일본 국민들은 결승전 개최지 문제등 월드컵이 한일공동으로 개최될 경우 과연 원만하게 치러질 수 있을 지 의문을 표시하기도.
르포 작가 후지이 세이지씨(등정성이)는 교도(공동)통신 인터뷰에서 유럽과는 달리 한국과 일본은 지역적·물리적으로 거리가 있고 전후보상, 종군위안부 문제등을 둘러싼 앙금이 남아 있는 점을 들면서 『정말 공동개최가 가능할 것인 지 솔직히 의문스럽다』고 말해 일본내의 그같은 분위기를 대변.
○…일본 경제계는 월드컵 공동개최결정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특히 월드컵 특수를 기대해온 건설업·여행업계는 단독개최의 경우 3조엔이상으로 예상돼 온 경제효과가 공동개최로 적어도 반감되게 돼 당혹감과 실망감이 더욱 클 수 밖에 없는 형편.<도쿄=박영기·신윤석 특파원>도쿄=박영기·신윤석>
◎정몽준 축구협회장 일문일답/“북 원한다면 분산개최 용의”/“표대결땐 승리가능성 컸는데 아쉬움”
정몽준 축구협회장은 FIFA 합동기자회견을 마친뒤 한국 기자들과 별도로 만나 공동개최 결정 배경과 향후 활동에 대해서 밝혔다.
―한일 공동개최가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북한이 현재의 고립에서 탈피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월드컵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과의 분산개최 용의도 있다.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려있다』
―공동개최 결정시의 분위기는 어떠했나.
『단독개최를 주장해 온 아벨란제 회장이 집행위원 전체가 결정한다면 따라 가겠다는 의사를 표명,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반대 의견은 한명이 개진했을 뿐이다』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한일 공동개최는 오늘 결정이 최종적인 것이다. 이는 정관을 고쳐야할 사안도 아니다. 앞으로 카네도 FIFA 수석부회장과 마타레스 부회장이 이끄는 실무 그룹이 양국의 공동개최에 따르는 제반 문제를 점검하고 대비책을 12월 집행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일본이 막판에 공동개최안을 수용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표대결을 펼쳤다면 이겼을 가능성이 커 다소 아쉽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 변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공동개최 결정은 당초의 예상대로 였는가.
『단독개최를 고수하는 측이 최종 순간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이번 결과는 예상대로다』
(정회장은 공동개최 결정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머리가 혼돈스러워 일주일 후에나 평가할수 있을것 같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외신,긴급 타전/“아벨란제 회장 사실상 패배”
○…로이터 통신이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발표 2시간쯤 전인 31일 하오 9시 9분(한국시간) 긴급뉴스로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 사실을 전한 뒤 AFP AP UPI등 나머지 세계 4대 통신도 잇따라 이 사실을 긴급 타전했다.
한일 공동개최 사실을 처음 전한 로이터 통신은 트리니나드 토바고의 잭 워너 FIFA 집행위원의 말을 인용, 『FIFA 집행위원회가 2002년 월드컵을 한일 양국이 공동개최토록 하자는 유럽축구연맹(UEFA)측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어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는 이 안에 극렬히 반대해 온 주앙 아벨란제 FIFA 회장의 패배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은 FIFA 소식통의 말을 인용, 월드컵 공동개최 사실을 전하면서 이같은 합의는 전날 한국의 이홍구 전총리와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전일본 총리간의 막후협상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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