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주연맹회장 극비접촉 “큰 몫”/정몽준 회장 “역사적 결정” 밝은 표정한국과 일본의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결정은 31일 하오 8시(한국시간)께 알려졌으나 국제축구연맹(FIFA)은 3시간이 지난 하오 11시께 돌더 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공식발표했다.
아벨란제회장은 이 자리서 침통한 표정으로 자신은 단독개최를 주장했으나 FIFA의 분열을 막기 위해 공동개최를 수용했다고 밝히고 자신의 입지와 관련된 질문에는 『2002년 대회에 관해서만 물어보라』며 언급을 피했다.
이어 정몽준 FIFA 부회장은 유창한 영어와 밝은 표정으로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공동개최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앞으로 결승전 개최장소를 비롯해 많은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축구경기를 해 이기는 나라가 결승전을 개최하자』고 여유를 보였다.
○…나가누마 겐 일본축구협회장은 기자회견중 한번도 웃음을 보이지 않고 시종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그는 『FIFA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했다. 앞으로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공동개최 수용이 축구를 위한 것이었느냐, 정치적인 결단이었느냐』는 질문에 『절대 정치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공동개최는 일본의 사전 수용통보에 따라 집행위원회 개최 이전에 이미 결정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벨란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29일 열린 나의 생일 축하모임에서 내가 한·일 공동개최를 제안했고 집행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받아들임에 따라 이번 일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앞서『일본측이 나에게 편지를 보내 공동개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전해왔고 일부 회원국들이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동개최안을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FIFA 사무국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12월까지 처음 이뤄지는 공동개최 성공을 위해 모든 방안을 짜낼 것』이라며 『사상 최초의 공동개최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FIFA 집행위 회의가 열린 FIFA본부 건물앞에는 50여명의 보도진이 몰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집행위원들로부터 회의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치열한 취재경쟁을 펼쳤다.
하오 8시40분 가장 먼저 회의장을 나온 홍콩의 헨리 폭 위원은 회의종료를 알려주었으나 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이어 10분뒤 나온 카메룬의 아사 하야투위원이 『공동개최가 결정됐다』고 확인해 주었고 곧이어 나온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잭 워너 위원도 이를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FIFA 개혁파 리더 요한손 유럽연맹회장은 『하오 4시(한국시간 하오 11시)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기자들을 피했다.
○…한일공동개최는 안건 상정후 30분만에 일사천리로 결정됐다. FIFA 집행위는 점심 식사를 마친 하오 1시 30분(현지시간) 회의를 속개, 요한손 유럽연맹 회장의 제안설명을 듣고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안을 별 논쟁없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한·일공동개최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비교적 순탄하게 결정될 수 있었던 것은 아벨란제 회장의 막판 수용 결심외에 처음부터 공동개최를 주도해 온 요한손 유럽연맹회장과 하야투 아프리카연맹회장의 막후 접촉도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사람은 이날 상오 극비리에 회동, 유럽과 아프리카지역이 공동개최를 지지하기로 재차 합의했다. 유럽 8명, 아프리카 3명의 집행위원만 합해도 과반수인 11명이 되기 때문에 아벨란제 회장이 회의에서 다시 결심을 바꾸어도 대세를 막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는 절대권력을 휘둘러 온 아벨란제 시대의 종말과 함께 공동개최안을 선도했던 요한손 회장과 정부회장이 FIFA의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했음을 뜻한다.
하야투 회장은 요한손회장과 접촉후 정부회장을 만나 유럽과 아프리카연맹의 연합사실을 알리고 정회장에 공동개최 지지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구 2002년 월드컵유치위 명예위원장은 공동개최 확정소식을 전해듣고 그 동안 단독개최를 위한 노력이 완전한 결실로 이어지지 못한 때문인지 다소 허탈한 모습이었다. 이명예위원장은 『대단히 아쉬운 결과이다. 국민 모두가 단독 개최를 원했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그는 『공동개최는 하나의 아이러니』라고 평가한 뒤 『일본이 단독개최란 과거 입장에서 후퇴할 정도로 우리의 우세가 분명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의 성원에 감사드리며 특히 언론이 수고를 많이 했다』며 『결과가 어떻더라도 우리의 유치노력은 국제적으로 훌륭히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 공동개최가 확정된 데는 사마란치 IOC 위원장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도 있다. 그동안 단독개최를 고수해왔던 아벨란제회장은 30일 비밀리에 로잔으로 가서 사마란치위원장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사마란치위원장이 『대세는 이미 공동개최쪽으로 기운것 같다. 이를 수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아벨란제회장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취리히=전상돈·송태권 기자>취리히=전상돈·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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