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북한의 유력인사 귀순 망명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금년만 해도 외교관 부부를 비롯해서 MIG전투기를 타고 내려온 공군 장교에 이르기까지 10차례나 된다. 이번에는 과학자와 방송작가가 망명을 요청했다니 종래와는 색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다.북한 사람들의 이러한 망명러시를 보면서 우리는 의아심과 아울러 두려움을 동시에 갖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까지 버려두고 북한을 떠나는 것일까. 북한은 정말 붕괴위기를 맞고 있는가. 식량부족이 그토록 심각한 상황인가. 이런 의문에 대해 우리는 확실한 정답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궁금증으로 답답할 뿐이다.
북한 내부의 불확실성은 이제 우리에게 호기심이나 궁금증의 차원을 넘어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하찮은 사람이 하나 넘어와도 깜짝 놀랄 만한 뉴스였다. 체제이념 경쟁에서 남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홍보하는 계기로 널리 이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북한사람들의 남행은 반갑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커다란 걱정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넘어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가움에 앞서 불안감이 먼저 든다.
이러한 망명귀순러시는 북한체제의 누수현상이 심상치 않음을 알려주는 적신호임이 틀림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무너지면 어떻게 되는가. 북한의 정권과 주민들에 대한 내부 문제뿐 아니다. 남한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직간접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아 그들의 문제는 곧 우리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제부터 그들의 탈북사태를 냉전시대의 안목과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남북 우월경쟁 차원이나 단순한 호기심의 단계를 초월해서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제아무리 변하지 않는다고 큰 소리치고 있지만 이미 변화는 시작된지 오래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불안한 것이다.
그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를 면밀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말만으로 통일을 외쳐대는 감상주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구체적으로 실질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강구할 때다. 국제정치적인 해법으로 4자회담을 제의해 놓고 있지만 그것만 믿고 있어서는 안된다.
잇단 망명 사건은 4자회담의 장래를 밝게 해주지 않고 있다. 북한의 심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긍정적으로 나오리라고 낙관하기는 어려운 것같다. 무언가 새로운 사태가 급박하게 다가오는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우리의 내부적인 대응은 어디까지 와 있는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준비를 정부는 얼마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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