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9월 서울에서는 국제극예술협회(ITI) 정기총회가 개최된다. 처음으로 아시아지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를 계기로 연극계는 새로운 모험을 벌이고 있다. 기존의 서울연극제와 베세토(BESETO)연극축제를 한데 묶고 항구적 행사로 가평·의왕세계연극제를 창설, 연극뿐 아니라 무용, 오페라등이 어우러지는 세계공연예술축제를 열기로 한 것이다. 97년 8월30일부터 10월11일까지 열리는 축제에는 국내외 100개 이상의 단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이어 98년부터는 가평과 의왕 두 소도시에서 번갈아 가평·의왕세계연극제가 열린다.국제극예술협회한국본부와 한국연극협회는 각 나라의 특색을 지닌 젊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기로 하고 7월에 프랑스의 아비뇽축제, 9월에는 이집트의 실험극페스티벌에 참가, 각국의 참여를 촉구하는등 해외홍보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주최측이 내세우는 모토는 Nature(자연) Future(미래) Culture(문화). 자연으로 돌아가고 미래를 지향하면서 문화의 시대로 진입하자는 것이다. 「자연」이 먼저 등장하는 것은 의왕, 가평이 자연과 친화할 수 있는 소도시이기도 하지만 행사장이 그린벨트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같다. 특히 내년에 행사가 열리는 의왕은 전체면적의 93%가 그린벨트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자연환경에 대한 훼손우려, 연극계 자체의 회의, 행정기관의 비협조 또는 미온적 태도가 장애라고 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대로 될까』 하는 회의와 방관적 태도가 가장 문제라는 것이다.
요즘 월드컵 유치성공 여부로 나라 전체가 떠들썩하다. 우리는 늘 그래왔다. 88서울올림픽, 93년 대전엑스포, 95년 광주비엔날레등 국가적 행사의 경우 유치과정에서부터 회의와 반대가 심했고 뒤늦게 발동이 걸려 성사된 다음에는 저마다 공을 내세우기에 급급하곤 했다. 내년의 공연예술축제도 그런 모양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울도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의왕을 일반인들은 아직도 구치소가 있는 곳쯤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모두가 연극인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의왕 가는 길이 넓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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