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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지키고 있던 2년간 캠퍼스 너무 빨리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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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지키고 있던 2년간 캠퍼스 너무 빨리 변했다”

입력
1996.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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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복학생,컴퓨터와 논술로 무장한 후배들에 “문화 충격”『나라위해 바친 2년탓에 청춘이고 학점이고 다 날아갔다』

「마케팅원론」수업에서 「인터넷 통신판매 시장을 다녀본 소감을 쓰라」는 과제물에 대해 복학생 이모군(24·S대 경제4)이 늘어놓는 푸념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캠퍼스로 돌아온 복학생들은 동학인 2년정도의 후배들에게 「문화충격」을 느끼기가 일쑤다. 인터넷은 고사하고 채팅의 경험도 없는데다 비논술세대인 이들에게 컴퓨터문화에 익숙하고 정연한 논리까지 갖춘 후배들은 가히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이다.

캠퍼스로 복귀한 복학생들의 충격중 가장 큰 것은 컴퓨터에 익숙지 못해 나타나는 괴리감. 보고서 용지 한장을 쓰기위해 밤새워 책몇권을 짜깁기하던 세대들에게 A4용지에 깨끗이 프린트된 리포트를 제출하는 후배들 모습만큼 주눅들게 하는 것은 없다. 문화의 갭을 줄이기 위한 복학생들의 노력은 286급이라도 컴퓨터를 장만해 워드기능을 빨리 익히는 것. 그래서 방학중에 학교에서 개설하는 컴퓨터 강좌는 시대의 흐름에 표류하는 복학생들에게 「복음」이나 다름없다.

S대 전산실의 이해근씨(40·행정주사)는 『방학중 개설하는 30여명 정원의 초급반 강좌는 신입생에게조차 별로 인기가 없지만 복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문의하고 참여도도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학사과정의 전산화는 복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부채질한다. 후배들이 집에 편안히 앉아 PC단말기 앞에서 수강신청을 하는 동안 컴퓨터와 가깝지 못한 복학생들은 수강신청서를 들고 다니며 일일이 수업과와 학과 사무실을 왕복하는 고충을 감내해야 한다.

복학생들의 서러움은 수업시간에도 가득하다. 논술고사 세대인 1∼2학년 후배들이 정연한 논리로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표현하는 토론식 수업은 학교적응에 부심하는 복학생들에게 또하나의 난관인 셈이다.

매주 한번씩 토론수업으로 진행되는 강의를 듣고 있는 복학생 최모군(24·S대 경영4)은 『후배들의 열띤 토론문화에 익숙해지려 가끔씩 입을 떼보기는 하지만 이방인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했다.<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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