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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부총리 국제수지와 악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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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부총리 국제수지와 악연인가

입력
199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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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기획원장관때 과도 경상흑자 곤혹/경제팀장 복귀하니 이번엔 적자로 고심『나웅배 경제부총리는 아무래도 국제수지와는 악연인것 같다』

정부가 국제수지적자방어를 위한 총력전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나부총리와 국제수지의 오랜 악연이 과천 경제부처 주변에 새삼 얘깃거리로 등장했다.

악연론의 골자는 이렇다. 나부총리가 경제팀장(경제기획원장관)을 처음 맡았던 88년 과도한 경상수지흑자로 애를 먹더니 8년만에 경제팀장(재정경제원장관)에 복귀한 지금 경상수지적자로 또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나부총리가 6공 초대경제팀장을 맡았던 88년은 단군이래 최대호황기. 3저(저금리 저유가 달러약세)기조를 바탕으로 경상수지는 87년 99억달러, 88년 1백42억달러의 엄청난 흑자를 내 우리나라는 만년 적자국에서 벗어나는듯 싶었다. 그러나 흑자는 이듬해 51억달러로 줄고 90년부터는 적자로 반전, 영화는 3년만에 끝나고 말았다.

당시 경제팀은 국제수지 흑자관리에 실패했다는 사후평가를 받았다. 벌어들인 외화는 생산·투자로 재투입되지 못한채 소비자금으로 흘러갔고 무엇보다도 인위적 환율절하책, 즉 경상수지흑자에 취해 외화유입에 따른 절상압력을 외면하고 통화증발로 막아버리는 바람에 결국 산업구조조정에 실패하고 거품경제와 인플레만 부추겼다는 것이다.

국제수지가 나부총리를 괴롭히기는 지금도 마찬가지. 불과 1∼2개월전만 해도 『우리경제규모에서 이정도 적자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던 나 부총리지만 요즘은 「국제수지 적자방어를 위한 총력전」을 독려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인위적 환율절하같은 단기대증요법으로 수출지원책을 써서는 안된다』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수출산업구조조정」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88년처럼 국제수지대응에 「여유」을 보이던 경제팀이 여론의 질타속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적극적 대책마련에 나선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지만 뾰족한 방법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국제수지적자는 순항하던 나웅배경제팀이 맞부닥친 첫 역풍이자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최초의 검증대이다. 나부총리가 악연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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