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하오 4시(현지시간), 워싱턴 덜레스공항의 구석진 격납고에서 「플라잉 호스피털(Flying Hospital:나는 병원)」 취항식이 열렸다. 점보여객기 내에 의료시설을 만들어 놓고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곳이면 어디라도 날아가 구호활동을 펴는 항공기가 정식 취항하는 행사였다.세계복음기구(OBI)라는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이날 행사에 조지 부시 전미국대통령이 참석했다. 부시 전대통령이 입장하자 5,000여명의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의 환호를 보냈다. 그가 축하연설을 하려하자 관중들이 다시 일어나 박수를 보냈고, 몇차례 박수를 제지한후 전직대통령은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연설은 딱딱하고 형식적인 것은 아니었다. 종종 농담을 섞어가며 청중을 웃겼고 참석자들도 박수로 호응하며 그의 연설을 경청했다. 참석자들 중에는 클린턴 지지자들도 있었겠지만 그들의 눈에는 전직대통령이 화려하지 않은 장소에서 벌어진 행사를 빛내준데 감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직은 떠났지만 그는 여전히 전직대통령으로서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어느 한국인이 트루먼 전대통령의 고향을 방문했다. 그가 마을 주민 한사람에게 『트루먼의 집이 어딥니까』 하고 물으니 허름한 옷차림의 주민이 『바로 나요』하며 대답하더라는 믿기지 않는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전직대통령은 요란하지 않다. 누추한 곳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스스럼 없이 참석하고 한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되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가슴속으로 전직대통령에 대해 존경과 갈채를 보내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몇사람의 전직대통령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들중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연설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하는데 생각이 미치면 우리의 역사가 슬퍼지기만 한다. 우리도 전직대통령과 애국가를 함께 부르며 가난한 나라를 돕는 구호행사를 한번쯤 열었으면 하는 소망이 덜레스공항 한켠에 맴돌았다.<워싱턴=김인영 특파원>워싱턴=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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