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레스 패배땐 협상전반 타격 불보듯29일 실시되는 이스라엘의 사상 첫 총리 직선과 총선은 한마디로 중동평화 협상에 대한 국민 심판 성격을 띠고 있다. 중동 평화협상의 주역인 시몬 페레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노동당과 대아랍 강경노선을 견지해온 벤야민 네탄야후의 우파 리쿠드당이 각각 「평화」와 「안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면 격돌한다.
총리 직선에서 페레스가 승리할 경우 팔레스타인의 최종지위를 결정할 3단계 자치협상을 비롯한 중동평화 협상이 추진력을 더하게 되겠지만 네탄야후가 승리하면 협상자체가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네탄야후가 집권하더라도 팔레스타인및 주변 아랍국과 「국가대 국가」로 맺은 협정이 전면 파기되는 극단적 파국상황이 초래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중동평화협상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을 것만큼은 분명하다.
120석의 크네셋(의회) 총선 향배도 관심거리다. 선거결과 총리가 다수당(연정)에서 나오지 않을 경우 정국 혼란이 우려된다. 시리아와의 관계개선이 걸려 있는 골란고원과 예루살렘의 지위 변경등에 대해서는 크네셋 논의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총리 직선에 승리한다 해도 소속당이 총선에 패배할 경우「여소야대」의 정국 운영속에 중동평화 과정이 질척거릴 염려가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주목되는 점은 미국과 아랍권의 태도이다. 중동 평화정착을 바라는 클린턴 미행정부는 공개적이지는 않지만 노골적으로 페레스의 노동당 정권을 지지해왔다. 폭탄테러가 터지자 반테러정상회담을 즉각 개최하고 레바논사태 중재를 위해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을 급파하기도 했다. 「생사」가 걸린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 등 주변 아랍권의 입장은 선책의 여지가 없다. 아라파트의 경우 「평화의 동반자」인 페레스의 노동당이 패배하고 강성의 리쿠드당 정부가 들어서면 자기도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팔레스타인자치지역내 강경파의 불만이 고조돼 정국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강경파들에게도 「타협할 줄 아는」 페레스가 「원천봉쇄」하려는 네탄야후보다 「차악의 선택」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가 「중동평화의 장래」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라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윤석민 기자>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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