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보라매공원 집회에서 수만군중의 열기에 고무되어 손을 맞잡고 있는 김대중·김종필씨의 모습은 사실 좀 역겹다. 그러나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무대에서 그동안 잡았다 놓았다 한 수많은 손들을 생각하면 누가 누구와 손을 잡든 놀랄 일이 못된다. 굳게 잡았던 손으로 서로를 삿대질하는 싸움을 질리게 보았으니 누가 누구와 손을 잡든 감명받을 일도 아니다.대다수의 국민은 거리로 나선 두 김씨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신한국당에 대한 혐오감은 더 심하다. 신한국당은 거리투쟁이 「총선 패배를 호도하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하면서 「어울리지 않는 두 김씨의 공조」를 비아냥거리고 있는데,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다. 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못했다고 패배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또 3당합당이라는 자신의 과거를 생각할때 「어울리지 않는 공조」를 감히 흉볼수 없다.
신한국당은 인위적인 의석늘리기로 선거결과를 파괴하여 거리투쟁의 원인을 제공했으니, 야당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숙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만일 단독개원을 밀어붙인다면 『저런 짓 하려고 과반수 확보에 열을 올렸군』이라는 더 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김대중·김종필씨는 보라매 집회에서 협력을 과시하면서 『김영삼 대통령이야말로 우리를 콘크리트처럼 엮어준 제일 공로자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자세로 독재정권을 분쇄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했다. 많은 국민이 역겨움을 느꼈던 두사람의 맞잡은 손, 이제 그들은 손을 잡고 그 다짐을 실천해야 한다. 김영삼정권이 거리투쟁을 벌이면서까지 분쇄해야할 독재정권이라고 확신한다면, 그들은 「과반수 의석 조작 규탄」뿐 아니라 대선승리를 위해 뭉치는 것이 당연하다.
야당이 거리투쟁에서 얻을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절대적인 여론은 신한국당의 의석 늘리기를 비판해 왔지만, 거리투쟁으로 비판이 더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 청중이 수십만 모였다고 주장한들 청중규모에 새삼 감동할 사람도 많지 않고, 거리에서 싸우는 두 사람에게 싫증을 느끼는 사람만 늘어날 것이다. 여당이 거리투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두 김씨가 진정으로 여당 견제와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실속없는 거리투쟁을 마무리짓고, 진짜 단결을 해야 한다. 눈앞의 이해득실을 따라 잡았다 놓았다 하는 손, 거리투쟁에서 굳게 잡았다가 대선에서 슬그머니 놓아버리는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으며, 그런 행위 또한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두 사람은 이제 수만군중 앞에서 손을 맞잡고 굳게 다짐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거리투쟁에서 우리가 주목하는것은 단 한가지, 그들의 약속밖에 없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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