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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제·유해송환 의제국한할듯/리처드슨 의원 일행 방문 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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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제·유해송환 의제국한할듯/리처드슨 의원 일행 방문 북 대응

입력
1996.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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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곡물지원 국제사회여론 유도 주력/“4자회담과는 별개” 기존입장 고수 전망북한은 26일 빌 리처드슨 미국 하원의원(민주당) 일행에 이어 다음달 초 지미 카터 전미대통령의 카터센터 식량조사단을 맞는다. 특히 리처드슨은 방북전 클린턴행정부의 「지원」과 「격려」를 받은 사실상의 대통령 특사다.

북한은 미국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을 만나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일단 예상되는 주의제는 4자회담, 남북 관계, 북·미 경제협력, 북한 식량사정 등 국제현안을 꼽을 수 있다.

북한은 우선 리처드슨 등의 방북을 통해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재확인시키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즉 식량지원 등 미국의 대북 경제협력과 4자회담은 별개 문제이며 우리측이 주도하는 4자회담은 명분상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미국의 대북 곡물지원은 북한에 경제효과뿐 아니라 한미 공조체제의 혼란이라는 큰 「선물」을 안길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따라서 북한은 먼저 리처드슨에게는 식량사정의 심각성을 주지시킨 뒤, 카터센터 조사단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곡물지원 여론을 「확정」지으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처드슨의 방북목적은 4자회담에 대한 설명과 이를 북한이 수용토록하기위한 대북 지원, 경제제재 완화 등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입장에서 보면 4자회담은 미국 등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협상 카드」에 불과하다. 그토록 꺼리는 남한이 주도 당사자라는 점에서, 선택을 하더라도 막판 「꽃놀이 패」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24일 노동신문 논평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동신문은 4자회담 설명을 위한 남북한과 미국의 3자접촉을 거부하면서 『남조선에서 들을 것이 없다』며 기존의 남한배제 원칙을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은 리처드슨 일행을 맞아 의제를 경제나 유해송환 등 북·미간 쌍무 문제에 집중시키려 할 공산이 크다. 리처드슨도 4자회담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 입장을 자유롭게 설명할 처지가 아니며 클린턴행정부도 기본적으로는 지원을 통한 북한체제의 안정을 바라고 있다. 결국 리처드슨의 방북이 북한으로 하여금 4자회담에 대한 태도까지 진전시키도록 할 것이란 기대는 성급하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사실 북한은 지난달 16일 한미 양국의 4자회담 제의 직후 외교적 수세에 몰리는 듯 했으나 현재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4자회담과 관련, 당사국인 중국이 북한의 뒤에 서 있는 형국이며 러시아는 당사국은 아니지만 우리측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본도 사민당이 북한 노동단 대표단을 초청해 놓았고 외무성 출입기자들이 북한을 다녀갔다.

식량지원 문제도 북한에 유리하게 풀려가고 있다. 북한의 식량사정을 비관적으로 보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조사보고서 발표가 다음달 초 예정돼 있다. 중국도 최근 곡물 2만톤의 추가 대북 지원을 약속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관리들에게 대남정책을 비롯한 급격한 대외 정책변화를 약속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김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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