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영박물관등 탐방 작품감상/1년간 수십차례 리포트작성 심혈중학과정의 예원학교 2학년생 미술영재들이 세계의 유명 박물관을 순례,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돌아온 후 「미를 찾아서」라는 답사집을 펴내 화제다.
『르누아르의 작품은 대중적이다. 나는 솔직히 그런 점이 싫었다. (중략) 그러나 대영박물관에서 「라 그르뉘엘」을 본 순간, 강에 쏟아지는 햇빛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르누아르는 「미술은 보는 이를 먼저 사로잡아야 한다」는 명제를 나에게 확인시켜줬다』
『내가 본 로댕의 조각은 언제나 손이 병적인 모습이거나 그 위치가 비정상적이었다. 신기한 점은 바로 이러한 과장된 표현에 의해 그 손이, 아니 작품 전체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생생해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12박13일간 대영박물관 바티칸박물관 베드로성당 퐁피두센터 루브르박물관 등에서 위대한 미술작품을 직접 보고 돌아온 학생(당시 1학년)90명의 리포트를 모아 이달초 내놓은 답사집의 한부분이다. 미술전공 대학생이나 전문가의 작품 감상문 쯤으로 보이지만 이 글은 이들이 직접 쓴 것이다.
이렇게 수준 높은 감상자료집을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학생들이 자질이 훌륭해서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1년반 동안의 노력이 깃들여 있다.
자료집 출간이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지난해 3월. 윤문원교장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영재라면 세계적인 안목을 갖춰야 한다』며 『인류사적 업적을 남긴 미술가의 작품을 직접 보고, 화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흥을 체험하는 기회를 갖자』고 제의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각자 미술가 1명을 정해 각종 자료를 수집, 작품의 경향을 미리 연구했다. 또 국내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 감상 리포트를 쓰는 연습도 병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지난해 유럽답사를 떠나기 전에 모두 사전리포트를 완성했다. 학생들은 미술여행이 손가락질을 받을까봐 국민학교에서부터 모은 저금을 찾거나 1년간 용돈을 모아 경비 상당분을 스스로 마련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현지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중견화가들의 조언을 받으면서 작품을 감상했다. 돌아온 후부터 지난달까지 학생들은 1년 가까운 기간에 수십차례 리포트를 작성해 이번에 자료집으로 묶게 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예술품을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세계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이었습니다』라는 이 학교 재학생 김재은양의 말이 새삼 영재교육의 세계화라는 시급한 과제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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