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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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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 중국 북경(베이징)의 한 약방에서 「용골」가루가 말라리아약으로 팔리고 있었다. 1899년 당시 국자감제주였던 왕의영(왕이롱)은 이 병에 자주 걸려 그때마다 일하는 아이를 시켜 이 약을 사먹곤 했다. ◆어느날 아이가 이 약을 사가지고 오는 것을 왕의 막료인 유철운(류티에윈)이 보았다. 아이는 평소와 달리 가루가 아닌 용골을 사가지고 오던 길이었다. 금석학에 조예가 깊은 유는 용골에 문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용골은 바로 갑골편으로 갑골문자가 햇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국립대총장격이었던 왕도 이를 모를 리가 없었지만 그동안 아이가 가루만 사다줘 용골 자체를 볼 기회가 없어 문자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같은 해 호북(후베이)의 장관으로 금석학에 흥미가 있던 단방(두안팡)도 용골의 글자에 의심을 품은 한 골동품상으로부터 이를 선물받고 사들이기 시작한다. ◆골동품상과 약재상들은 단과 북경의 유가 이를 고가로 사들이자 갑골편이 출토된 하남(허난)성의 소둔(샤오둔)마을로 몰려가 이를 수집한다. 학자들이 이곳을 확인한 것은 1910년이고 본격적으로 발굴이 시작된 것은 1928년이다. 이로써 전설처럼 생각되던 은의 역사가 우리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숙명여대 중국학연구소는 31일 중국과 유럽의 갑골학자들을 초청, 「갑골문과 중국문자, 중국역사 중국문화」란 주제의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 한국은 갑골학이 발아단계이지만 외국에선 갑골학이라는 학문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우리가 많은 영향을 받은 중국문화의 원류를 살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것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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