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간 전국돌며 5만명 서명 받아8순을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월드컵 유치를 위해 발로 뛰면서 생전의 「빚」을 갚고 있다. 「월드컵할아버지」로 불리는 주인공은 이근만씨(78·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1942년부터 해방 때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이씨는 어린이들에게 일본식 교육을 했다는 자책감에 평생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8월부터 2002년 월드컵 유치기원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고 한다.
이씨가 10개월동안 방방곡곡을 누비며 받은 서명인수는 5만명. 이씨는 「2002 월드컵은 우리의 것. 대한의 땅에서 개최되도록 온 국민이 합심해 최선을 다합시다」는 문구를 적은 우편엽서에 받은 서명을 최근 청와대로 보냈다.
지방 도시는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이른 새벽 집을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당일 치기를 반복했다. 역과 터미널 백화점 대학 등에는 거의 매일 찾아가 월드컵이 올림픽 못지않은 국가적 행사임을 알렸다. 그래서 「월드컵할아버지」라는 자랑스런 별명도 얻었다.
이씨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폐지 수집, 결혼식 주례 등으로 들어오는 수입과 2남3녀가 주는 용돈 등 월수입 30만∼40만원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하고 모두 월드컵 유치활동비로 썼다.
『월드컵 유치는 88올림픽에 이어 우리 민족이 일본을 이길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새싹들을 일본식 교육을 시키는데 앞장섰던 과거에 대한 속죄이기도 합니다. 월드컵을 유치해 2002년에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싶은게 여생의 유일한 소원입니다』<황상진 기자>황상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