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산 안맞고 잇단 탈출에 사실상 투입 중단/3월말 현재 4,000명선… 93년의 20% 불과/북·러협정 만료 98년 벌목장 폐쇄 전망지난 몇년간 「탈북자의 저수지」로, 끔찍한 「인권 사각지대」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던 러시아의 북한 벌목장. 지금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과거에는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가. 본보 취재팀은 4월초 벌목장이 몰려 있는 하바로프스크주를 찾아 벌목장의 「현실」을 확인했다.<편집자주>편집자주>
북한이 러시아 벌목공 추가투입을 사실상 중단, 그 숫자가 최근에는 93년의 20% 수준으로 격감했다. 이에 따라 북·러 임업협정이 만료되는 98년 2월을 고비로 러시아내 북벌목장이 폐쇄될 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4월초 하바로프스크주 오비르(출입국 관리소) 당국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오비르에 등록된 북한인은 4,200명으로 하바로프스크 주재 북한 경제대표부와 임업대표부 직원을 제외한 순수 벌목공은 4,000명 미만이었다.
하바로프스크주 오비르의 부책임자인 알렉산데르 니콜라이예프는 『북한 벌목공 수는 지난해와 올해사이 계절적 요인등에 따라 2,000명에서 4,000명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연중 평균 3,000명대인 최근의 벌목공 숫자는 탈북 벌목공 문제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던 93년 전후 1만5,000명의 2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북한 임업대표부의 한 간부는 『최근 1∼2년 사이 벌목 노동자수가 계속 30∼40% 가량 감소, 벌목량도 비슷한 정도로 줄었다』고 밝혔다. 하바로프스크시 중앙 식료품시장에서 만난 한 북한 벌목공도 『최근 조국(북한)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많지만 산판(벌목장)에 새로 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해 벌목공 송출이 사실상 중단됐음을 확인했다.
벌목공의 격감을 알리는 징후들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하바로프스크주 북단 예룬기에서 출발, 체크도민과 하바로프스크를 경유해 북·러 최접경 핫산으로 가는 열차에는 벌목공 교체시기가 아닌 4월초인데도 일주일에 몇번씩 수백명의 벌목공들이 탑승하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하바로프스크에서 7년째 선교활동을 펴고 있는 Y목사(54)는 『올 2∼3월 하바로프스크 중앙역 대합실에는 핫산으로 가려는 벌목공들이 가득 찼었다』며 『체크도민 벌목공중 80%가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벌목공 격감은 북한으로의 벌목재 수송량 급감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핫산군 세관책임자인 블라디미르 바프킨 대령(46)은 『핫산역에서 통관을 기다리는 북한행 목재 수송열차 차량이 94년에 비해 10분의 1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또 하바로프스크시 외곽의 북한 농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한인들(임업대표부 소속)은 『지난해 가을 농장에서 재배한 배추중 1톤가량만 소비되고 언 배추 3톤이 임업대표부에 남아 있다』며 『무도 원하는 만큼 살수 있을 정도로 쌓여있다』고 말했다. 이 농장은 러시아인들에게 소규모로 배추를 파는 경우는 있었으나 대량의 언배추를 팔겠다고 나선 적은 없었다. 벌목장 인력이 급격히 줄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5월 21일자에서 『북·러 임업협정에 따라 연간 100만㎡의 목재를 베야 하는 벌목공들의 작업량이 규정량의 10분의 1에 그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현지 벌목작업을 감독하는 러시아 국영 벌목회사(우르갈레스)의 존폐문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벌목공 격감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러시아측이 경제난으로 인해 임업협정상 제공해야 하는 유류및 벌목장비등을 제대로 대주지 못하고 있기때문이다. 북한의 식량난도 벌목공 투입이 사실상 중단된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93년 벌목장을 탈출한 벌목공 김길송씨(33)는 귀순뒤『벌목장에서는 봄철이면 먹을 게 없어 쑥 개구리등 별의별 것을 다 먹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밖에 벌목장에서 생산되는 목재 가격이 국제가보다 싸지 않아 판로개척에 애를 먹고 있고 나홋카항까지의 수송비도 올라 북한측 입장에서 외화벌이의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도 벌목공 축소의 한 원인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못지 않게 탈북자 대량발생과 벌목장 인권유린 시비등에 따른 정치적 손실이 막대하다는 판단도 북한측이 벌목공 추가송출을 사실상 중단한 이유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지 한국공관측은 『최대규모인 체크도민 벌목장의 경우 산하 1∼9 사업소중 절반가량이 지난 1년사이 폐쇄됐다』며 『지난해 2월 북·러 임업협정 갱신에도 불구, 벌목장이 멀지않아 폐쇄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하바로프스크=윤순환 기자>하바로프스크=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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