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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레르 전 총리 왜 “연정탈퇴” 던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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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레르 전 총리 왜 “연정탈퇴” 던졌나

입력
1996.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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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조사에 위기감 “강공”/파트너 현총리 야당공세에 동조 판단/“각료 임무 계속 수행” 연정유지 여운견원지간이 구성한 터키연정이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파탄의 위기를 맞게 됐다.

터키 연정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중도우파 정도당의 탄수 실레르 전총리(49·여)가 24일 『현연정은 실제적이고도 법적으로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실레르는 터키 군부와 기업가들의 강권으로 3월부터 마지못해 유지해온 메수트 일마즈 총리(48)와의 「적과의 동침」을 끝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14일 현연립정부의 출범을 승인한 의회의 신임투표를 무효 선언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실레르의 연정탈퇴 선언은 조국당 당수인 일마즈총리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사안이 분명하다.

제1야당 회교원리주의세력 복지당의 네크메틴 에르바칸당수는 실레르의 이같은 발표가 있자 즉시 『우리당은 6월초까지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에르바칸으로서는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1당으로 부상하고도 연정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제1야당으로 후퇴해야 했던 굴욕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오월동주의 연정이 벼랑에 서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두당의 뿌리깊은 불신이지만 근인은 연정출범후 정치비자금 조성혐의 등 실레르 전총리에 대한 복지당의 공세에 조국당이 동조해 의회조사가 시작된데 있다. 실레르는 3월 연정출범시 합의에 따라 97년부터 정도당에 정권을 넘겨야 하는 조국당이 복지당의 공세에 편승해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레르는 연정탈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새로운 연정이 출범할 때까지 정도당의 각료들은 임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며 연정유지에 대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때문에 실레르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패정치인이라는 따가운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연정탈퇴라는 카드를 던진 것이 아닌가라는 게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술레이만 데미렐 터키 대통령도 일마즈총리도 실레르의 탈퇴 선언을 연정 붕괴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연정파트너간 내홍에 휩싸인 터키정국은 선거후 2개월여간 전개됐던 정도당과 조국당, 복지당간의 치열한 집권 다툼의 재연을 예고하고 있다.<조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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