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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가 의대생으로 공대생이 철학도로/학과간 “전공파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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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가 의대생으로 공대생이 철학도로/학과간 “전공파괴” 확산

입력
1996.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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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기능인」 보다 폭넓은 「전문인」 양성/각대학 복수전공·전과 문턱낮추기 경쟁전공벽이 허물어 지고 있다.

정치학도가 사회학을 듣고 법대생이 행정학을 공부하는 수준의 복수전공이 아니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한 두개 이상의 분야를 전공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컴퓨터공학도가 미대생들 틈에 끼여 디자인강의를 듣거나 물리학도가 철학책을 끼고 다니는 것은 벌써 익숙해진 풍경이고 요즘에는 의대생이 법전을 뒤적여도 낯설지 않다.

각 대학들도 앞다투어 학부제를 도입하는 등 학생들이 꽉 조인 전공의 틀을 벗어나 여러 분야의 학문을 폭넓게 만날 수 있도록 학사제도 개선에 적극적이다. 많은 대학이 관련학과 과목을 전공과목으로 인정해 인접학문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거나 전공이수학점을 줄여 복수전공의 문턱을 낮췄다. 같은 계열이 아니더라도 전과(전과)가 가능하도록 학칙을 개정한 학교도 꽤 된다.

한양대는 최근 전공과목 필수이수학점을 40학점대로 대폭 낮춰 4년안에 2개 이상 전공학위를 딸 수 있는 다중전공제도를 실시키로 확정했다. 성신여대 미대는 이번 학기부터 서양화 동양화 조소 등 인접학과 과목을 전공과목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화여대등도 2학기부터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등 학부제로 신입생을 모집한 관련학과의 과목을 전공학점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학과간의 장벽이 허물어진 것은 의학등 전문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연세대 의대는 올해부터 수학 물리 화학등 자연과학계통 필수과목을 이수한 인문사회계열 졸업예정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불문과 졸업생인 김은수씨(24·여)가 올해 의대로 전과, 「인술」수업을 받고 있다.

연세대 의대 교학과장 김태승교수는 『지금까지의 폐쇄적인 의과 교육이 단순한 의학기능인만을 양성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초의학과 응용의학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학과의 벽을 없애고 기초과학 경영 법학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연계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공파괴」에 대해 학생들도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다원화 사회에서는 한 가지 분야에만 정통한 전문인보다는 인접분야 내지는 관련학문의 지식을 고루 갖춘 교양인이 더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한양대 화학과 3학년 최영욱씨(24)는 『자연과학을 전공했으나 철학 역사학등 인문과학 과목을 여러개 수강했다』면서 『학과의 문호를 열고 전공선택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전문인을 양성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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