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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공훈련 뭘 했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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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공훈련 뭘 했나(사설)

입력
1996.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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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도록 달마다 한번씩 민방공훈련을 해 왔으면서도 막상 실제상황에서 경보 사이렌조차 울리지 않아 1천만 서울시민이 북한군 전투기의 휴전선 월경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실로 경악할 사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냉전체제가 무너지고 김일성이 죽은후 북한은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급격한 이완과 혼란의 징후를 보여 왔다. 이에 따라 북한체제를 지켜야 할 위치에 있는 상류계층과 군사요원의 체제이탈과 귀순이 최근 2∼3년 사이 급증하고 있다. 23일 미그기로 넘어온 이철수대위의 첫마디가 「북한체제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었다」는 것이 바로 북한의 체제불안을 증언하고 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둔 남북의 군사적 대치상황은 냉전종식후 오히려 그 긴장의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으며, 따라서 북한군의 군사도발이나 이철수 대위와 같은 북한군 요원의 탈출 귀순이 앞으로 더욱 빈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그 도발과 탈출과정에서 우발적 군사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의 대비는 이같은 우발적 사태를 철통같은 군사방위체제로 예방하는 한편 유사시 경보와 대피시스템을 완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촌각의 태만이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어 24시간 가동되고 있었어야 마땅하다.

북한군 전투기 귀순 과정에서 거의 30분동안이나 서울시 경보체제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사과의 말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전방에 배치된 북한 전투기들은 이륙후 5∼6분이면 서울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 이번 일은 서울시 민방위담당 공무원의 근무태만이나 찾아내 말단직원 몇사람을 문책하는 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자체감사 결과 내무부 민방공 중앙통제소간 온라인 자동경보체계에 오작동이 잦아 이를 꺼놓은 상태에서 컴퓨터로 전송되는 데이터에만 의존해 오다 근무자들의 부주의로 경보발령 명령을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더욱 큰 일이다. 20년동안 그 야단법석을 떤 민방공훈련이 모두 형식적인 아이들 놀이에 불과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에 따른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서울시장은 이처럼 어이없는 사태의 재발이 없도록 예하 직원의 근무태세 단속에 스스로의 명예를 담보하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아울러 직원들의 근무태만외에도 경보시스템의 결함이 드러났다니 전국적인 민방위태세의 재점검과 함께 무 유선 육성전파 등 2중 3중의 전달체계 확립도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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