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규탄 당보 가두 배포 회동/“내일 집회 실패하면 모두 타격” 함께 거리나서 대여 공세 과시김대중·김종필 두 총재가 25일 또다시 만난다. 「5·4회담」이후 21일만의 회동이다. 두 사람은 이날 아침 서울 시청앞 지하철입구에서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어깨띠를 두른 채 출근길 시민들에게 양당이 공동제작한 특별당보를 나눠준다. 당보에는 4·11총선 부정과 검찰의 편파선거사정, 신한국당의 무리한 과반수의석 확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두 사람이 대중앞에 나란히, 그것도 대여장외투쟁의 「동지」로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김총재가 이날 함께 거리에 나서는 것은 대여투쟁에 중대고비가 될 26일의 보라매공원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장외집회가 성공하면 대여투쟁에 힘이 실리고 그만큼 여권 압박효과가 커진다. 여권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고 내년 대선전선에 활용할 여지도 넓어진다.
그러나 저조한 청중동원으로 대회가 실패한다면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의 비난과 여권의 반격이 예상되고 등원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두 사람을 공동운명체로 묶는 끈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당보가두배포에 이어 조찬을 함께 하며 보라매공원집회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두 김총재는 26일 보라매공원 집회장에 나란히 무개차를 타고 입장함으로써 청중들에게 공조의지를 과시할 계획이다. 양측은 두사람이 대중앞에 함께 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정치적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11총선이후 두 사람은 거듭된 회동과 이심전심의 교감을 통해 급속히 접근하고있다. 김대중총재는 그동안 수차례 내각제 용어를 거론하거나 내각제적 발상에 기초한 지역간 정권교체론을 언급함으로써 내각제지지론자인 김종필총재에게 끊임없이 사인을 보내왔다.
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의 관계가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가까워진 것 같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종필총재가 김대중총재의 지역간 정권교체론과 내각제 거론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나 양측이 야권공조투쟁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대목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이질요인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하루아침에 결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야당가에서는 두 사람의 접근을 「라이거」를 낳는 사자와 호랑이의 결합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두 사람은 호랑이와 사자만큼 이질적이어서 이들의 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방하기전의 호랑이와 사자가 그러듯이 아주 조심스런 상호탐색과 교감확산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두 사람이 치명적인 상처만 입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도 사자와 호랑이의 경우와 비슷하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양측에서는 서로 조심스런 접근을 하고있다. 국민회의측은 청중동원능력상 국민회의판이 되기 쉬울 보라매집회에서 김종필총재에 대한 예우에 신경을 쓰고있다. 이날 행사에서 김종필총재를 앞세우고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야권공조 주도권을 놓고 양측간에 갈등이 노정되는 것을 피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들이 과연 두 사람의 결합과「라이거」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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