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을 시중에 팔려면 아주 복잡하고 까다로운 위생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한 외국인이 우리나라 친구에게 물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고추장을 규제하는 나라가 한국말고 또 있느냐』고. 한국인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없다. 왜냐하면 고추장을 먹는 나라가 한국뿐이니까』신재벌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재벌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요즘 경제계엔 「고추장논」이 자주 인용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규제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 선진국에도 없는 기업규제(재벌규제정책)는 철폐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그렇다면 총수 한명이 거대기업군의 경영권을 쥐고 전횡하는 재벌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느냐. 재벌이 한국에만 있는 만큼 재벌규제정책 또한 한국에만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재계는 특히 신재벌정책중 핵심사항의 하나인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채무보증)금지방침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무보증이란 은행과 기업간 계약인데 헌법에 보장된 사적 자치영역을 정부가 제한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이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채무보증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계열사의 빚보증만으로 자기돈 한푼 안들이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기업행태 역시 전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며 규제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의 이같은 대립은 고추장 규제논쟁을 연상케 하고 있다. 양심적인 고추장제조업자에게는 위생검사가 「행정규제」로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전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로서는 「식품위생정책」을 보다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책일수록 정부는 국리민복 증진의 차원에서 일관된 원칙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재벌정책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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