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보장권력기반 강화” 두사람 모두 득 판단/러시아반군 신뢰구축 안돼 낙관은 아직 일러체첸 사태의 정치적 타결을 위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평화공세가 결실을 맺고 있다. 조하르 두다예프 전체첸공화국 대통령 피살후 체첸반군의 최고 지도자로 등장한 젤림한 얀다르비예프가 27일 모스크바를 방문, 옐친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휴전을 선언하기로 한 것이다. 두 최고 지도자의 만남은 두다예프 생존 당시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크렘린측이 체첸반군을 비합법 무장세력으로 규정, 어떠한 직접협상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옐친 대통령은 두다예프 사후 체첸 내부의 권력역학관계 변화와 내달 16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의식, 평화공세에 나섰다. 그는 3일 체첸반군에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말고 협상 테이블에 앉자』고 촉구하고 체첸을 직접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표는 체첸사태 해결이 옐친에게 재선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는 점에서 그의 「마지막 승부수」로 여겨졌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꼬였다. 크렘린 경호실 등 측근들이 옐친의 신변안전 문제를 들어 체첸방문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체첸반군내 매파로 분류되고 있는 야전사령관 샤밀 바사예프도 『옐친 대통령이 체첸을 방문할 경우 생명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같은 사태발전에 당황한 옐친 대통령은 22일 안보회의를 열어 체첸방문 계획을 논의한 끝에 결국 신변보호를 조건으로 적장인 얀다르비예프를 모스크바로 불러 들이기로 최종결정했다.
얀다르비예프가 옐친의 제안을 즉각 받아 들인 것은 아직 확고한 권력기반을 갖추지 못한 그가 이번 회동이 득이 되면 됐지 손해볼 것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두 지도자의 대좌가 체첸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그 결과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러시아와 체첸반군간에 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고 반군 전체병력의 30%에 해당하는 2,000여명을 거느리고 있는 바사예프의 태도 또한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그의 평화협상 동참없이는 체첸사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옐친과 얀다르비예프의 모스크바 회동은 탐색전에 그칠 전망이지만 대선을 앞둔 옐친과 권력기반 강화에 몰두해온 얀다르비예프 모두에게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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