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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반도체산업 “뒤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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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반도체산업 “뒤뚱”

입력
1996.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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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황 직후 「수요부진­공급과잉」 뜻밖 장기화/보고서마다 “경기퇴조” 성장전망치 크게 낮춰/“일시 침체속 생존업체중심 안정회복” 낙관론도「설마」했던 반도체 위기론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초호황 직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공급급증―수요부진」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반도체산업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반도체경기 퇴조를 점치는 각종 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고 D램가격이 속락하면서 반도체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다.

과연 「반도체 전성시대」는 막을 내렸는가. 현재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는 「흐림」, 「한때 흐린뒤 갬」이란 엇갈린 기상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반도체 경기를 어둡게 본 일본 히타치사는 최근 16메가D램 증산계획을 백지화했고 경기회복을 기대한 대만과 유럽업체들은 여전히 대규모의 신규투자를 추진중이다. 삼성 현대 LG등 국내 반도체3사는 최근 올해 매출목표를 20∼30% 하향조정했으나 대대적인 해외투자계획은 예정대로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다.

세계적인 반도체시장 조사기관들은 최근 올해의 성장률전망치를 잇따라 큰 폭으로 하향조정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는 올해 시장에 대한 전망을 당초 1,851억달러(성장률 26.4%)에서 1,540억달러(6.7%)로 낮췄고 미 데이터퀘스트도 22.1%에서 7.6%(1,626억달러)로 예상성장률을 수정했다. 국내 업계가 90%이상 의존하고 있는 D램시장에 대해서는 WSTS가 마이너스 2.3%, 데이터퀘스트가 1%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시장인 미국내 BB율(수주대 출하비율)도 3월 0.8에 이어 4월 0.78로 연속 2개월째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이같은 공급초과로 인해 D램가격도 지난해 40∼45달러에 거래되던 16메가D램의 경우 현재 20달러안팎으로 곤두박질치는등 무려 50%이상 떨어졌다.

「잘 나가던」 국내 반도체업계도 피말리는 「매출감소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19억5,500만달러에 달했던 국내업체들의 월간 매출총액은 올들어 1월 16억4,400만달러, 2월 14억7,800만달러, 3월 14억200만달러로 하락했다. 올해 수출목표도 당초 245억달러에서 195억달러대로 축소됐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사이에는 『반도체산업이 체력보강기간만 거치면 다시 원기를 회복, 안정적인 성장궤도를 되찾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이후 너도나도 반도체 투자에 뛰어드는 바람에 수급불균형이 초래됐지만 결국 1∼2년내에 세계 업체들간에 「도태와 생존」의 대전이 치러진후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 열풍과 멀티미디어시장의 본격 형성으로 반도체 수요가 2000년까지는 안정적인 팽창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예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3∼4월을 바닥 삼아 재상승 시도가 일어날 것이라는 당초 예측이 빗나가 적지 않게 당황했다』며 『예상보다 반도체 경기침체의 폭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신규 정보통신·멀티미디어 시장이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산업이 침체되면 반도체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중병을 앓게 된다. 경기변동에 섣불리 대응했다간 지금까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었던 반도체산업이 우리 경제의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진단과 대응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때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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