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돈되는 것이면 무엇이든…/북 「외화벌이」 물불안가린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돈되는 것이면 무엇이든…/북 「외화벌이」 물불안가린다

입력
1996.05.25 00:00
0 0

◎벌목·건설 등 합법적인 것은 기본/마약밀수·개고기 암매까지 손대/임업대표부건물선 차량 무허정비도/김건수·윤순환 기자 러 연해주 현지취재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20 떨어진 북·러 최접경 핫산 마을. 이곳은 궁핍한 조국에서 기회의 나라로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오는 북한인들이 첫발을 내딛는 「꿈의 땅」이자 북한으로 압송되는 탈북자들이 마지막 자유의 공기를 마시는 「한의 땅」이다. 본보 취재팀은 4월초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관문」 핫산과 북한인들의 천태만상의 외화벌이가 벌어지고 있는 연해주 지역을 다녀왔다.<편집자 주>

북한 접경 러시아땅 연해주와 하바로프스크 등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인들의 외화벌이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이들 외화벌이중에는 잘 알려져 있는 벌목과 건설처럼 적법한 것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마약밀수에서 사기, 무허가 차량정비, 심지어는 개고기 암매에 이르기까지 탈법과 불법이 횡행하고 이중 일부는 하바로프스크 주재 북한 경제대표부의 개입 의혹까지 일고 있다.

북·러 최접경 핫산의 세관책임자인 블라디미르 바프킨 대령(46)은 『올초 핫산세관에서 북한인이 밀수하려던 마약 200을 적발, 마약을 불태운 뒤 북한인을 경찰에 넘겼으며 지난해 12월에도 북한인이 밀수하려던 아편 800을 압수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바프킨 대령은 북한인들의 마약밀수 규모가 『증가추세에 있다』며 『북한인들의 마약밀수는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있어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여름 핫산세관에서 북한 벌목장행 차량 2대를 검문하던 중 1대에서 마약을 적발하자 뒤에 있던 트럭 1대가 북한쪽으로 달아났다』며 『얼마뒤 되돌아온 그 트럭에는 마약이 숨겨져 있지 않아 께름칙했지만 통과시킨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 23일 하바로프스크 시내에서 아편 2.6㎏을 소지한 조선족을 체포한 러시아 경찰은 배후에 하바로프스크 북한 경제대표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수사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주간 「그라니차 러시아」지의 콘스탄틴 미하일로프 기자(31)가 전했다.

북한 벌목장행 의약품 수송 열차가 들어오면 하바로프스크주 암시장에서 마약이 대거 유통되는 등 북한인들의 마약밀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러시아 당국은 이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약밀수 배후 의혹을 사고 있는 북한 경제대표부는 러시아 기업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경제대표부는 93년 6월 에콜로크라는 러시아 기업과 13만달러(약 1억4,000만원) 어치의 철근 476톤을 중국측에 중계무역키로 계약을 체결하고 철근을 중국측에 팔았으나 그뒤 중국측 계약자가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며 돈을 내주지 않았다. 에콜로크사는 나중에 중국측 계약자가 북한 경제대표부에 대금을 모두 지불했다는 사실을 확인, 경제대표부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지금도 현지법원에 계류중인데 당시 계약을 체결했던 영사 신분의 경제대표부 부책임자인 최장경은 사건 뒤 북한으로 도망쳤다는 것이다.

탈법 외화벌이는 러시아내 벌목장과 벌목공을 관리하는 게 임무인 북한 임업대표부도 예외가 아니다.

하바로프스크 자톤구역에 위치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원동 림업대표부」는 지난해 10월께부터 건물 뒤쪽에 무허가 차량정비소를 차린 뒤 정비공 2∼3명을 두고 차체수리나 도장영업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러시아인은 앞범퍼와 왼쪽 문이 약간 찌그러진 것을 펴는데 30만루블(약 5만원) 정도 들었다며 이는 러시아 정비소 수리비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 상표의 흰색 바탕 빵모자를 쓰고 있던 30대 중반의 한 북한 정비공은 기자가 『차량 뒷범퍼가 찌그러져 수리하고 싶다』고 말하자 『지금은 차가 「만땅」으로 찼으니 월요일에 오십시오』라며 4일뒤에나 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리비가 싸 러시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 무허 차량정비소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하바로프스크 시내에서 25 가량 떨어진 세르게예프카 마을 인근의 북한 농장은 현지교포와 중국인을 상대로 배추와 무를 팔면서 개고기까지 암매하고 있다. 1㏊ 규모의 이 농장은 5년여전 북한 임업대표부가 무와 배추등 벌목장용 부식을 대기 위해 러시아측으로부터 임대한 것으로 책임자 1명을 포함, 4명의 북한인이 상주하고 있다.

자신을 김동무라고 밝힌 50대 초반의 농장 책임자는 『얼마전 기타이(중국인) 식료품 공장에 언배추 2,000포기를 포기당 1,200루블(약 160원)에 팔았다』며 『값은 깎을 수 있으니 사고 싶은 양만큼 사라』고 권했다.

농장 책임자는 개고기도 판다는데 한 마리에 얼마 하느냐는 질문에 큰 황구를 가리키며 거침없이 『내장빼고 그을려서 20만루블(약 3만2,000원)에 가져가라』고 했다. 이 농장에는 모두 6마리의 개가 있었는데 그는 묻지 않았는데도 앞으로 돼지도 10마리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치 요지경속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이같은 외화벌이를 통해 북한이 얻는 것과 잃는 것중 어느쪽이 더 클까.<하바로프스크=윤순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