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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완행」 될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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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완행」 될라(사설)

입력
199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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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을 2시간대에 주파하는 것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가 끊임없는 지역민원과 정부의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공기지연과 공사비초과등 당초 계획과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정부는 이제 경부고속철도계획을 더 이상 뒤틀어 놓기 전에 이미 발생하고 있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기주의에 어떻게 대처할 지 명확한 대책을 세워놓아야겠다.정부가 지금까지처럼 지역주민들의 표를 의식하여 지역민원을 계속 수용한다면 경부고속철도는 경부완행철도가 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에서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하는 중대한 사례가 돼 우리 경제의 경쟁력강화를 위해서 서둘러 계속 추진해야 하는 다른 사회간접자본개발에도 엄청난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경부고속철도는 관련 역세권에 대해서는 상권형성등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므로 지역사회가 서로 역을 유치하려고 하거나 또는 계획된 역세권의 구도를 보다 유리하게 수정하려는 등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지역이기주의에 대처하는 자세가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족적 역사라 할 수 있는 대사업에 착수하면서 문제점에 대한 통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또한 문제점이 노출된 뒤에도 이를 제대로 타결치 못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는 지금 문제투성이다. 고속철도건설 그 자체에 공기지연등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만도 상당하다. 서울의 출발역을 용산역·서울역 중 어느 곳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서울시와 공단이 팽팽히 맞서 있고 대전·대구는 지상역으로 계획됐던 것을 지하로 요구, 수용됐고 부산역은 부산·부산진·사상역 등이 경합했다가 최근 부산역으로 결정됐으나 고가로 할지 지상으로 할지를 놓고 논쟁 중이다.

경주는 건교부와 문체부 사이에 문화재 보존문제로 노선을 외곽에 설치할 것인지의 여부를 놓고 뜨겁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천안역의 경우 아산군 주민들이 「아산역」으로 개칭할 것을 요구, 천안주민들과 대립하고 있다.

이번에 충북 청원에 오송역을 추가로 설치키로 한 것은 청주권의 인구가 1백만명(현재 5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쯤에 실현될 것이라고는 하나 또다른 지역으로부터도 중간역 설치요구가 뒤따를 것이 확실하다. 평택지역이 이미 강력히 요망하고 있다.

예외는 예외를 부른다. 정부는 경부고속철도의 특징인 「고속」을 상실치 않도록해야 한다. 또한 소요자금이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치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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