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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그기 귀순과 해상도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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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그기 귀순과 해상도발(사설)

입력
199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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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그19기의 귀순과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은 북한군이 지금 내부적으로 극히 혼란스러운 상태임을 외부에 여지없이 노출시켰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두 사건은 5시간 이상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 것이어서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두 사건이 같은날 상오중에 잇달아 발생한 것은 북한의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에게는 휴전선 인근의 우발적 군사충돌사태에 대비한 경계강화조치가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그런데도 유감스런 일은 미그기 귀순과정에서 우리 수도 서울의 민방위태세에도 구멍이 뚫려 경보사이렌이 낮잠을 자고 민방위경보방송도 침묵한 사실이다. 조순시장이 즉각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서울민방위경보통제소의 근무태만과 잘못을 시인한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휴전선 사태가 심상치않고 북한의 해상도발 사실마저 알려져 경각심을 더욱 높여야할 때에 노출된 수도 방공망의 이같은 허점은 즉각 시정되어야 하고 엄중한 문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우선 북한 경비정 5척의 서해상 도발행위는 국방부의 분석처럼 우발적인 사건이 아닌 고도의 계산된 군사작전임이 분명하다. 북한은 정전협정 포기 선언후 지난 4월초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중무장병력을 투입한데 이어 1주일 전에는 북한군 7명이 공포를 발사하며 군사분계선을 월경했고, 이날 경비정이 북한기지를 출발해 곧바로 북방한계선을 넘어오는 등 휴전선 인근의 지상과 해상에서 군사도발 행위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도발행위가 정전협정의 무효를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로 사태를 몰고 가기 위한 술책임은 국내외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 사이에 이미 분석이 끝난 일이다. 한미 양국이 제의한 4자회담을 받아들여 협상의 자리에 나가게 된다 하더라도 가능한 한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 북한의 희망이다. 그러자면 정전협정을 대체할 항구적 평화협정 체결의 긴박성과 북한군의 위력을 시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해상도발이 한편으로는 4자회담이나 대외개방을 앞둔 내부단속용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면 타당성이 없지 않다. 공산권 붕괴 후 90년대 들어 북한군 요원의 귀순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미그기 조종사 이철수대위의 귀순도 북한의 이런 내부변화의 틈새에서 기인한 사건으로 보인다.

북한의 내부혼란과 의도적 도발에 대처하는 길은 일차적으로 물샐틈 없는 군경계태세를 갖추는 데 있음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와 함께 이번 해상도발과 같은 불장난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음을 미일 등 우방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측에 다시 한번 강력히 경고해 둬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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