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걸음 전략” 지연비난여론 의식한듯23일 상오10시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12·12 및 5·18사건 9차공판의 개정을 기다리는 법정안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불과 사흘전인 지난 20일 열렸던 8차공판에서 야간재판을 강행하려는 재판부에 대해 전두환피고인측 변호인들이 집단퇴정, 결국 파행으로 끝났기때문에 이날 공판은 벽두부터 변호인단과 재판부간 충돌이 예상됐다. 개정시간을 정확히 지키던 재판부가 이날 공판에는 5분 늦게 입정하는 바람에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졌다.
평소 자리가 부족했을 정도였던 변호인석에는 이량우 변호사등 4명만이 출석했을뿐 변호인단의 좌장격인 전상석 변호사등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장인 김영일 부장판사도 긴장한듯 피고인 13명중 황영시 피고인에 대한 출두호명을 깜빡 잊은채 재판을 진행하려다 법원직원이 알려줘 황급히 호명했는가 하면 박종규 피고인을 박준병 피고인이라고 잘못 호명하는등 실수를 계속했다.
그러나 공판이 시작되자 예상을 뒤엎고 재판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변호사는 반대신문에 들어가기전 『변호인의 충분한 방어권행사와 피고인들의 인권보호측면에서 주 2회공판과 야간재판은 삼가줄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며 『재판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뜻에서 최소한의 변호인만 참석했다』고 「정중히」 밝힌뒤 전씨를 상대로 곧바로 반대신문에 들어갔다. 하오 6시10분쯤에는 전씨는 물론 노태우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까지 끝났다.
이날 반대신문도중 검찰측이 『변호인의 불필요한 발언을 제지해달라』고 요청한데 대해서 이변호사는 김부장판사의 특별한 지시가 없었는데도 『자제하겠습니다』라며 선뜻 받아들였다.
김재판장은 공판말미에 『앞으로 피고인들의 건강등을 고려해 저녁식사후의 야간재판은 하지 않겠으며 주1회재판을 원칙으로 하되 적절한 때에 주2회재판을 할수도 있다』고 변호인들의 주장을 거의 대부분 받아들였다.
변호인측의 「태도돌변」에 대해 이변호사는 『오늘 반대신문의 중심은 12·12사건 당시 대통령재가과정과 육본측 병력동원의 불법성에 맞춰져있는 만큼 긴박한 분위기를 내기위해 진행을 조금 빨리했을 뿐』이라며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변호인단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주변에서는 변호인단이 재판지연전략에 대한 여론의 악화를 의식한데다 재판부와 불필요한 감정대립을 일으켜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송용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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