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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그기 귀순­온천비행장서 수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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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그기 귀순­온천비행장서 수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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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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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훈련중 고속남하 “숨막힌 28분”/우리측 레이더망에 첫포착 “비상”/F5 등 긴급발진 예상항로 투입/양쪽날개 뒤뚱… 귀순의사 확인/유도·초계비행 무사착륙 “상황끝”미그19기의 귀순은 갑작스럽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미그19기가 남쪽으로 기수를 돌리는 것이 포착된 상오10시 43분부터 상황이 완전 종료된 11시 11분까지 28분 동안은 숨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날 아침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 함정들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으로 어수선 했다.

상황은 합참 지휘통제실 근무자들이 겨우 한숨을 돌렸다 싶을 때인 상오 10시43분부터 시작됐다. 평양과 평안남도 남포 사이에 위치한 온천비행장을 이륙한 북한 미그19기 1대가 갑자기 고속 남하하는 장면이 우리측 중앙방공통제소(MCRC)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상오 10시30분 온천비행장에서 단독으로 이·착륙 숙달훈련을 실시하던 미그19기가 2차례 1백80도 선회비행을 하던중 남하를 시작한 것이다.

합참 지휘부와 공군에는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평소 북한 공군기들의 훈련을 자주 봐온 터였지만 이번에는 낌새가 이상했다.

같은 시각 마침 우리 공군에서는 F16 전투기 2대가 강원도 상공에서 근접항공지원훈련을 하던 중이었다. 이 전투기들은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즉각 임무를 전환, 미그기의 예상 항로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이어 10시45분 F5 2대와 10시47분 F4 2대가 수원비행장에서 잇따라 긴급 발진했다.

미그19기가 시속 8백40여의 빠른 속도로 남하, 불과 몇분내에 우리측 영공에 도달할 수 있는 분초를 다투는 숨가뿐 상황이었다.

10시47분 미그19기는 우리측에 포착된지 불과 4분여만에 황해남도 해주와 태탄기지 부근 상공의 우리측 전술조치선(TAL)을 통과했다. 고도는 8백로 레이더가 잡기힘든 상황이었다.

미그19기는 10시49분 우리측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영공에 진입했다. 10시50분 임무전환된 F16기들은 약 37 전방서 남하를 계속하는 미그19기를 레이더로 잡았다. 같은 시각 충북 중원기지로부터 또다른 F16기 2대가 긴급 발진했다. 만에 하나 북한의 양동작전에 대비한 조치였다.

이어 10시53분 강화도 서쪽 15마일 상공에서 우리측 F16기는 약 5 전방의 미그19기를 육안으로 확인, 조우가 이뤄졌다.

이 순간 미그19기는 양쪽 날개를 흔들었다. 전세계 어느 하늘에서나 통용되는 귀순의사를 뜻하는 날개짓이었다. 미그19기는 착륙기어를 내리고 비행속도도 줄였다.

비록 귀순의사를 비쳤지만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상태에서 F16기중 1대는 미그기에 근접, 수원기지로 유도를 시작했고 나머지 F16기 1대와 F5 기들은 후방에서 엄호에 나섰다. F4기들은 강화도 남단 상공서, 그리고 중원기지에서 출격한 또다른 F16 2대는 춘천 상공에서 각각 초계비행을 했다.

10시56분에는 이양호국방장관 김동진합참의장이 합참 지휘통제실로 이동, 직접 상황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이장관은 공군출신이어서 상황장악에 빨랐다.

북한쪽에서는 공군사령부가 사단지휘소쪽에 『바다쪽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는가』라고 목청을 높이는등 미그19기를 찾는 교신들이 어지럽게 오가고 있었다.

11시3분 공군의 대공경계경보가 일단 해제됐다. 이대위는 북한 온천비행장을 이륙한지 39분, 우리측 레이더에 포착된지 26분만인 상오 11시9분 우리측 전투기들의 유도를 받으며 수원비행장에 무사히 안착, 귀순에 성공했다.<홍윤오 기자>

◎귀순 이철수 대위 일문일답/“북서 더이상 살수없어 왔다”/부친·처·자녀 등 가족 4명 모두 평남거주/소감묻자 “너무 반갑고 좋다” 만세불러

23일 상오 미그19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인민군 조종사 이철수 대위(30)는 수원공군기지 도착 직후 10여분간 간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대위는 『북한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 넘어왔다』고 귀순동기를 밝혔다.

―소속은.

『평남 온천에 있는 공군 및 반항공사령부 제1비행사단 57연대 2대대 책임비행사이다』

―출생지는.

『66년 6월2일 함경북도 어랑군 어랑읍에서 태어났다』

―현거주지는.

『평안남도 온천군 온천읍 201번지이다』

―가족관계는.

『현 거주지에 아버지 이춘상씨(62)와 아내 이성옥(27) 아들 명진(5) 딸 명심(3)이 함께 살고 있으며, 어머니는 92년8월 사망했다』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나.

『삼지연비행장에서 비행기 발동기 기사로 근무하다 87년 제대, 평안북도 운전식료수매 사업소에서 일하다 나이가 돼서 지금은 쉬고 있다』

―출신학교는.

『73년 9월 삼지연인민학교에 입학했으며 중학교도 같은 곳에서 나왔다. 중학교 졸업후 82년5월 공군 제17비행군관학교에 입학, 86년 8월 졸업과 함께 군관으로 임관했다』

―귀순동기는.

『이북체제에서 살 수 없어 남으로 넘어오게 됐다』

―어떻게 귀순의사를 밝혔나.

『남방한계선을 넘은 뒤 한국군 F16기 2대가 따라붙어 날개를 흔들며 윙락킹을 해 귀순의사를 나타냈다』

―현재 소감은.

『너무 반갑고 좋다』 (곧 피우고 있던 담뱃불을 끈뒤 만세를 불렀다)<수원=박희정 기자>

◎귀순 시간대별 상황

▲10시30분: 북한 온천비행장서 이륙해 훈련중인 전투기 항적 포착

▲10시43분: 훈련중이던 미그19기 고속남하 감지

▲10시44분: 초계비행중이던 우리측 F16기 2대 임무전환, 미그기 추적

▲10시45분: 수원기지로부터 F5 2대 긴급발진

▲10시47분: 수원기지로부터 F4 2대 추가발진, 미그19기 황해남도 태탄 부근 전술조치선(TAL) 통과

▲10시49분: 북방한계선(NLL) 통과

▲10시50분: F16기가 미그19기를 전방 약 37 상공에서 레이더로 포착

▲10시52분: 대공경계경보발령

▲10시53분: 강화도 서쪽 15마일 상공에서 F16기와 미그19기 조우, 유도시작

▲10시56분: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민방공 경계경보 발령

▲11시02분: 미그19기를 찾기 위한 북한쪽의 긴급교신 포착

▲11시03분: 민방공 경계경보 해제

▲11시09분: 미그19기 수원비행장에 안착

▲11시11분: 상황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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