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벌정책 불변” 기세 간곳 없어/“긴 싸움 앞둔 호흡조절” 분석기세가 꺾인 것인가, 호흡조절에 들어간 것인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수도 줄이기 시작했다. 계열사간 채무보증 5년내 폐지방침 발표이후 20여일간 재정경제원과 재계의 협공속에서도 고집을 꺾지 않았던 공정위가 갑자기 「몸낮추기」를 시도하고 있다.
김인호위원장은 최근 부처간 이견을 노출하는 사안은 언급을 자제하라고 간부들에게 「함구령」을 내린데 이어 23일 공정경쟁협회 초청강연회에선 「경제정책의 총괄·중심은 재경원」임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김위원장은 이날 『공정위도 소비자보호시책을 강화하겠지만 소비자정책의 주무부처는 어디까지나 재경원』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대기업정책은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조하에 펴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위원장의 이같은 태도는 불과 며칠전만해도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채무보증 폐지방침에 재경원이 노골적 반대를 표시하고 나웅배부총리가 『의욕이 너무 앞서는 부처가 있다』『재벌정책은 내 소관이며 공정위는 감시기구』란 말로 불쾌감을 나타내는 가운데에도 공정위는 『방침 불변』 『우리는 정책기관』이라며 오히려 주장의 볼륨을 높였었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쳐들었던 고개」를 왜 숙였을까. 일부에선 『채무보증철폐방침이 물건너갔다는 증거』라고 추정하지만 공정위는 이를 일축하고 있다. 어차피 공정거래법이 개정될 정기국회까지 재벌과 힘들고 긴 싸움을 벌여야하는데 굳이 지금부터 소리를 높여 기운을 뺄 까닭은 없고 따라서 지금은 전략적 호흡조절상태라는 것이다.
자신만만함으로 가득차있던 김 위원장의 정책접근법도 좀 달라진 것 같다. 공정위는 재벌을 규제하고 타부처의 행정권남용을 감시하는 업무성격상 어디에도 「친구」가 없는게 사실이다. 가뜩이나 외로운 처지에 명분과 신념만으로 「튈」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채무보증철폐 방침 관철을 위해 어떤 보폭을 취할지 주목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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