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수입… 오늘날 「흑인문제」 유발두창으로 잉카와 아즈테크 문명이 붕괴된 것은 아메리카에 몰아 닥친 참사의 시작에 불과했다. 살아남은 원주민들에게 면역력이 생길 즈음 홍역과 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연이어 몰려 들었으며 마지막으로 발진티푸스 병원체가 기진맥진한 원주민사회를 덮쳤다. 300년이 지난 뒤에야 존재가 밝혀진 눈에 보이지도 않는 괴물들이 중남미 원주민 전체의 90%가 사망한 인류 역사상 최대의 참극을 연출했다.
이러한 비극은 다음 세기에 지금의 미국 땅에서 재현됐다. 질병의 신은 단연 유럽인들 편이었다. 문명과 기독교를 앞세우고 자랑하며 세계정복에 나선 백인들의 최대 무기는 적어도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문명이 아니라 두창을 비롯한 문명병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새로운 지배자들은 원주민들의 몰살로 노동력 부족이라는 예상치 못한 장애에 직면했다. 정복자들은 해결책을 흑인 노예의 수입에서 찾았다. 이로써 질병의 세계화와 더불어 세 대륙의 세 인종이 교류하는 인종의 세계화 현상이 나타났다. 두창으로 시작된 아메리카 대륙의 질병 대행진은 21세기를 눈앞에 둔 오늘날에는 「흑인문제」라는 병명을 가진 백인의 질병으로 이어지고 있다.<황상익 서울대의대교수·의사학>황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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