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수기/9년전 감염사실 알아/올해초 간경변증 동반/별 증상없이 불안에 떨어올해 37세된 남성이다. 87년 신체검사에서 B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당시 병원에서 수차례 정밀검사를 받았으나 B형간염 항원만 있고 염증을 나타내는 수치인 GPT·GOT는 정상이었다. 그런데 92년께부터 수치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수치가 한번 올라가면 2∼3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정상이 됐다가 몇개월후 오르는 현상이 반복됐다. 특별한 증상은 느끼지 못했으나 염증이 두려워 병원에 입원한 뒤 간조직검사 등 정밀검진을 받았다. 정확한 진단명은 B형 만성간염이었다. 의사는 특별한 치료제는 없고 다만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고만 했다. 도움이 되는 약제와 식품은 무엇인지, 어느정도까지 무리를 해도 괜찮은지, 활동성 간염인지 지속성 간염인지 등 무엇하나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불안하기만 했다.
최근 1∼2년간은 과거에 비해 수치의 상승폭이 작아 안심했다. 그런데 올해초 정기검진에서 간경변증이 동반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증상은 없고 남이 봐도 멀쩡하므로 불안감만 심해졌다. 아내의 권유로 남들처럼 자연식품이나 보약 등을 매일 아침 복용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보약 등에 의존하는 치료법을 싫어하는 눈치지만 그렇다고 대안도 없다. 결국 간염으로 고생하는 게 아니라 간염공포증으로 더 고생하고 있는 게 아닐까.<오명진 서울 은평구 응암동>오명진>
◎주치의 소견/간손상 일으킬수 있는 보약 등 삼가야/아직 치료법없어… 정상생활하며 정기검진을
이 환자는 형제들이 모두 B형간염인 것으로 미뤄 출산때 어머니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모자감염은 국내 B형간염의 가장 흔한 감염경로이다. 이 경우 20∼30세까지는 B형간염 항원만 발견되다가 성인이 되면서 간효소의 염증수치가 이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시작된 염증은 몇년간 지속되다가 자연히 호전된다.
심한 간경변증으로 발전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정상으로 회복된다. B형간염은 아직 치료법이 불완전하지만 자연적으로 좋아질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
B형간염 환자는 정상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진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등과 같이 일생을 함께 하는 병이며 활동을 제한하거나 휴식을 강요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나마 한시적인 경우에 그친다. 간염공포증은 간염 그 자체보다 더욱 환자를 괴롭히며 일생을 어둡게 할 수 있다.
간염공포증에서 탈출하려면 B형간염의 진행과정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약제보다는 검진이 더욱 중요하며 이를 통해 휴식이나 활동제한이 필요한 시기가 언제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심한 간경변증의 경우 엄격하고 복잡한 식이요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환자는 불필요한 맹신이나 편식, 성분이 불분명한 식품 섭취 때문에 잠재적인 간손상 등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 2∼3년내에 염증을 좀더 손쉽게 조절하고 부작용도 없는 약제가 출현할 조짐이 보이므로 환자들과 함께 기대해 본다.<이창홍 고려대의대교수·고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이창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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