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강연 “집권 이제 비영남서” 직격탄/“거론 그만” 하루만에… 정면돌파 시도 분석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22일 현정권 본거지의 한복판이랄 수 경남 진주에 가서 『이제 집권자는 비영남에서 나와야 한다』는 지역정권교체론을 직설적으로 주장했다. 김 총재가 전날 『당분간 입을 다물겠다』고 단언했음을 상기하면 의미심장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총재가 하루만에 조심스런 자세를 털어버리고 분명한 입장을 피력한 것은 지역정권교체론으로 자신의 대권가도에 가로놓여 있는 「지역장벽」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총재는 이날 진주 경상대 경영행정대학원에서 「21세기와 한국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학교측이 설명을 부탁했기 때문에 말하겠다』고 전제, 지역정권교체론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당초 준비한 원고에는 이 부분에 대한 직설적인 언급은 전혀 없었다. 김총재는 우선 『지난 50여년동안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과거 권력자는 물론 김영삼 대통령까지도 권위주의통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37년동안 한 지역이 정권을 장악한 탓에 국민의 자발적인 정치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권위주의정치를 없애려면 집권자가 영남에서 다른 지역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남분들도 한번은 딴 지역에서 집권자가 나와야 한다는 말에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믿으며 실제 그런 말을 하는 영남사람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이어 이 주장이 영남배제로 비쳐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호남이든 영남이든 특정지역의 고립화는 없어져야 한다』며 해결방안으로 거국내각구상을 다시 제기했다. 『진정한 개혁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을 깨려면 대화합정신에서 거국내각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요체였다. 김총재는 또 『나에게 표를 안찍어도 좋지만 내가 지역적으로 어디를 차별하려 한다는 등의 억울한 얘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1시간여의 강연뒤 이어진 일문일답에서는 김 총재의 아픈 대목을 찌르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김총재는 가족묘소이장을 염두에 둔 『풍수지리설을 믿느냐』는 질문에 『묘를 잘 써 자식들이 잘된다는 얘기는 전혀 믿지 않으며 인간적인 정리로 그런 일을 할 수도 있겠다고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재는 또 『대통령이 되면 보복을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대통령이 되면 그걸로 이기는 것인데 뭐하러 보복을 하느냐』며 『나는 전직대 통령을 잡아넣을 정도로 용기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진주=신효섭 기자>진주=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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