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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혼수준비 야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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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혼수준비 야무져요”

입력
1996.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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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만 큰 장롱 기피… 결혼전 사용 가전제품 “재활용”신세대 예비부부들의 혼수문화도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혼수품 1호로 꼽혀 온 장롱이 외면당하고 있다. 큰 부피에 비해 실용성은 적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구점들이 밀집한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내 가구점들에 따르면 지난해 봄성수기동안 월 20여개씩 나가던 신혼가구 세트가 올해는 절반수준도 못미치는 7∼8개 정도로 줄었다는 것이다.

V가구점 이모지점장(43)은 『4월 매출액이 30% 이상 감소한 전례는 없었다』며 『팔리지도 않은채 엄청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장롱들이 천덕꾸러기가 돼가고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장롱을 비롯한 가구 자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덩치 큰 장롱의 경우는 앞으로 내집을 마련할 때까지 여러 차례씩 이사를 해야 하는 젊은 부부들에게는 골칫덩이일뿐 아니라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충분한 붙박이장을 기본설계에 포함하고 있어 실용성측면에서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올가을 결혼할 이모씨(27·여·회사원·경기 고양시 화정동)는 혼수품중 장롱은 빼기로 예비신랑 김모씨(29·회사원)와 약속해 놓은 상태. 이씨는 『내집을 장만하기까지 10년 정도는 전세를 전전해야 하는 처지에 무겁고 덩치만 큰 장롱을 매번 이사 때마다 모시고 다닐 필요가 있나요』라고 반문한다.

혼수품 변화의 바람은 전자제품에도 일고 있다. 신혼의 아늑한 분위기를 돕는다는 이유로 2∼3년전만 해도 비디오와 오디오는 혼수품의 필수품으로 꼽혔다. 그런데 결혼전 취미삼아 한두가지씩 마련해 둔 전자제품들을 혼수용으로 재활용하는 커플들이 늘면서 양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광진구 능동의 H혼수대행업체 권혁찬 대리(28)는 『혼수상담하는 커플들 열가운데 두셋 정도는 오디오나 비디오중 하나를 갖고 있어 그 제품은 빼고 주문하는등 변한 세태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 결혼한 이모씨(30·회사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용돈을 모아 모처럼 마련, 손때가 묻은 필수생활용품들을 버릴 이유가 없다』며 『서로가 의논해 정이 가는 물건들은 결혼할 때 갖고 가 굳이 새 물건을 장만하면서 드는 돈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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