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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만의 영역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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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만의 영역 무너진다

입력
1996.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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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 축구·씨름·권투 즐기는 것쯤은 기본/남성용 속옷·향수·면도기 사용도 크게늘어「남성의 영역」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성의 벽을 인정하지 않는 유니섹스열풍이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더라도 전통적으로 성에 따른 역할제한이 훨씬 더 컸었다는 이유 등으로 해서 최근 여성에 의한 남성영역 「침범」현상이 훨씬 더 두드러지고 있다.

얼마전만해도 젊은 여성이 얼굴을 면도하거나 남성용 향수를 뿌리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었으나 현재 신세대 여성들은 이런 것조차도 필요하면 당연히 할수있는 것으로 인정할뿐 누구도 별달리 생각하지 않는다. 일찌감치 축구, 권투 등 격렬한 스포츠에도 「튀는」 여자선수들이 있긴 했으나 이제는 이런 운동들이 여성들의 생활체육으로 일상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유치를 돕는다는 취지로 교내축구대회 행사를 열고있는 이화여대는 동아리와 학과별로 50여개가 넘는 팀이 참가를 신청, 3일부터 16일까지 매일 하오5시에 결선 8팀을 뽑는 예선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 여학생들은 과격한 태클까지 불사하는 등 남성들의 경기에 전혀 「손색」없는 거친 플레이를 펼쳤다.

지난주 막을 내린 고려대 대동제에서는 씨름대회에 30여명의 여대생이 참가를 신청, 치열한 「몸싸움」을 벌여 여대생씨름왕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권투 레슬링 등 격투기를 배우려는 여성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서울 용산의 C체육관에서 권투를 배우고 있는 이채령씨(20)도 『스포츠의 세계에 남성과 여성의 벽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권투장을 찾는 젊은 여성들을 색다르게 바라보는 남자들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신세대 여성들의 남성영역침범은 옷차림과 패션에서는 이미 「완료」된 상태.

많은 여성들이 감미로운 플로럴향 향수대신 진한 남성용 향수를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강남의 한 백화점에 따르면 여성들의 수요폭발로 4월까지 남성용 향수판매가 지난해보다 30∼40% 증가했다. 신촌에서 향수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31·여)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여성들이 남자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남성용 향수를 찾았지만 올해들어서는 직접 사용할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의류도 마찬가지. 신세대여성들은 최근에는 심지어 남자용 박스팬티까지 『활동이 편하다』는 이유로 여성속옷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의류매장에서 남성용 속옷을 고르던 백지원씨(26·여)는 『남성용 의류는 튀는 맛도 있지만 여성의류에 비해 편하게 입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5월 TV광고에 처음 소개돼 남성들을 놀라게 했던 여성용 수입면도기가 애인과 아내에게 주는 선물로 인기를 끌자 일부 국내업체는 아예 여성용면도기를 직접 생산·판매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한국여성연구원 김은자 연구원(35)은 『최근 신세대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경직화한 성역규정에서 탈피, 실용성과 합리성 측면에서 새롭게 가치를 정립해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이동훈·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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