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옥·범죄도시 오명속 사양길 제조업 대대적 부활 추진/“맨해튼 남쪽 「실리콘 앨리」 청사진”뉴욕시 일원이 미국의 뉴미디어산업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고율의 세금, 고임금, 교통난, 높은 범죄율 등을 이유로 제조업체들이 떠나고 서비스업만이 덩그러니 남아있던 뉴욕시가 뉴미디어분야를 중심으로 다시 산업도시로서의 옛영광을 회복하고 있다. 시정부도 올들어 대대적인 제조업 활성화대책을 내놓고 대기업의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뉴미디어분야는 인터넷 홈페이지,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온라인을 통한 오락등 컴퓨터 통신망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판매하는 신종산업으로 뉴욕시에 적합한 도시형 업종으로 발전하고 있다.
뉴욕시는 지난해 맨해튼 브로드스트리트에 위치한 드렉셀 버남 램버트건물을 「뉴욕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센터」로 재개발, 뉴미디어업체에 분양했는데, 5월말 현재 빌딩의 60%가 임대된 상태다. 시당국은 세금감면혜택을 주면서 이 건물의 재개발을 허용할때 과연 입주자가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으나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뉴욕시는 맨해튼 남부의 다른 낡은 건물도 뉴미디어산업을 위한 인텔리전스빌딩으로 재건축할 경우 세금혜택은 물론 재정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뉴욕주정부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고용면에서도 올들어 뉴욕시의 뉴미디어 고용인력은 TV 출판 신문등 전통적인 미디어종사자들의 수를 넘어섰다.
뉴욕시는 뉴미디어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맨해튼 41가 남쪽 지역, 즉 로어맨해튼 일대를 「실리콘 앨리(Silicon Alley)」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가 반도체등 전자부품산업 중심의 종합단지라면, 뉴욕의 실리콘 앨리는 중소업체 규모의 지식산업을 중심으로 한 뉴미디어산업의 중심거리인 셈이다.
뉴욕시 뿐 아니라 뉴욕 외곽지역에도 뉴미디어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3년간 뉴욕 일대의 뉴미디어산업은 2배 이상 급성장, 현재 4,200개 업체가 연간 38억달러의 매출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고용면에서도 뉴욕 일대 뉴미디어 종사자가 92년 2만9,000여명에서 지난해 7만2,00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뉴욕 일대에 뉴미디어산업이 괄목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에 컴퓨터 기술인력이 풍부해 개인용컴퓨터, 인터넷 이용이 확산되고 있는 최근의 시대조류에 적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기존 미디어업체들이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뉴미디어분야를 개척하려는 노력이 다른 지역보다 왕성한 것도 이유의 하나가 되고 있다. 뉴욕 일대에 산업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자 이번엔 뉴욕시정부가 대대적인 육성대책을 내놓았다.
뉴미디어산업을 포함해서 제조업을 활성화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입안한 사람은 다름아닌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이다. 줄리아니시장은 4월 30일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선조들이) 새로운 요크(New York)를 개척할 당시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개척당시의 뉴욕으로 다시 돌아가 제조업을 활성화하자는 뜻이다.
뉴욕시가 제시한 구체적 내용은 ▲제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부품및 장비 구입시 4%의 부가세 면제 ▲승용차 전용주차지역에 트럭 트레일러의 주차허용 ▲구역별 산업특화지역 조성 등이다. 필요하다면 시내 토지용도를 변경, 업종별 구역을 재조정할 생각이다. 세금이 높고 교통이 혼잡해 떠나갔던 제조업을 다시 불러오려면 세금을 낮추고 화물 운송체계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절박한 필요성에서 제시된 방안이다.
뉴욕시가 적극 유치하려는 산업은 소프트웨어등 뉴미디어산업은 물론 비디오산업, 환경산업, 항공화물운송산업 등이다. 이들업종은 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공항과 항만 등 뉴욕시의 유리한 사회간접자본을 적극 활용하는 업종이다.
뉴욕시의 계획중 눈에 띄는 대목은 존 F 케네디공항 주변을 무역자유지역으로 개발, 프록터&갬블, 하우랜드 후크등 대기업 뿐 아니라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한다는 것이다. 시와 프록터&갬블은 이미 무역자유지대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설계에 들어갔다.
뉴욕시의 야심찬 계획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 트럭과 트레일러의 도로주차를 허용하면 가뜩이나 심각한 교통난을 가중시키고, 세금 감면으로 발생하는 재정적자를 이겨내기 위해 다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러나 뉴욕의 기존 업체는 일단 시의 계획에 호응하고 있다. 패션업체, 출판회사들은 세금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운송업체들은 시내를 마음놓고 통행할 수 있게 됐다. 뉴욕시의 계획은 대도시가 산업공동화현상에 대처, 제조업을 중시하고 있는 점에서 세계주요도시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뉴욕시의 산업현황/제조업 60년대부터 쇠퇴… 섬유·출판 명맥
뉴욕시의 제조업은 60년대 이후 사양길로 들어섰고 자연히 뉴욕 메트로폴리탄에는 산업공동화현상이 나타났다. 세금과 물가가 싸고 교통이 편리한 남부지역이나 캘리포니아지역이 사업하기엔 편리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76년 52만7,000명이던 제조업종사 근로자 수가 지난해 28만명 수준으로 격감했고, 그나마 이민자들의 투자에 힘입어 제조업의 명맥이 유지돼 왔다. 뉴욕대학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뉴욕시내 제조업체의 41%가 이민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미국전체평균 1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뉴욕의 제조업은 대부분 가족경영에 의해 운영되는 영세규모이고 고용인원도 평균 3명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고용인원을 갖고 있는 업종은 패션과 출판의 중심지답게 섬유산업 출판업 순이다. 그러나 패션업이나 출판업도 디자인을 하거나 책을 꾸미는 분야만 뉴욕에 남아있고 옷을 대량생산하거나 인쇄하는 공장은 뉴저지나 남부지역으로 대거 이주했다.
최근 몇년간 뉴욕시에는 창의성 있는 새로운 산업, 즉 뉴미디어산업 TV 및 영화산업, 환경산업, 항공화물산업 등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시의 제조업활성화 방안은 이러한 업종에 포착하고 있다.
◎인터뷰/뉴욕시 도시계획실장 코니 피시먼 씨/대도시 첨단 제조업 유치에 적합/감세 등 지원으로 활성화 유도할것
850만 인구의 대도시에 제조업을 유치하려는 뉴욕시의 발상은 파격적이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의 제조업활성화대책의 브레인역할을 하는 코니 피시먼 도시계획실장은 대도시가 제조업에 적합치 않다는 통념을 깨고 시의 제조업활성화대책을 수립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피시먼 실장은 『50년대이후 높은 물가와 세금 때문에 제조업들이 뉴욕시를 떠나갔다』면서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은 첨단기술의 고부가가치산업은 대도시에 적합하며, 이를 유치하기 위해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베풀겠다』고 말했다.
『시는 우선 사업자에 부과하는 세금을 낮추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에너지에 부과되는 세금도 줄여 가스와 전기비용도 절감하고 행정절차를 대폭 간소화, 뉴욕에서 사업을 하기 쉽도록 할 생각입니다』
피시먼 실장은 토지이용규제도 풀어 산업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시에는 거리와 블록마다 구역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제조업을 못하도록 한 구역이 많다. 따라서 필요이상으로 제조업 입주를 금지하고 있는 구역제도를 완화해 상가와 사무실만 들어갈 수 있는 상업지역에도 제조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게 피시먼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뉴욕시가 구체적으로 육성할 산업으로 뉴미디어, 의류 및 패션산업 등을 들었다.
『최근 몇년간 뉴욕시에서 하이테크산업, 특히 뉴미디어산업이 급신장했어요. 로어 맨해튼에는 건물내부에 정교한 첨단설비를 갖춘 빌딩이 많이 생겼는데, 입주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다른 건물소유주도 뉴미디어산업 빌딩으로 개조할 경우 재정지원과 세제혜택을 해줄 계획입니다.』
피시먼 실장은 『제조업은 더이상 지저분한 사업이 아니다』면서 『시의회나 주의회와 싸워서라도 뉴욕시 제조업활성화를 위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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