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등 7개 지방사립대학이 97학년도 신입생모집정원을 자율 책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로부터 되돌려 받게 된 것은 몇가지 측면에서 의미부여를 할 만하다.첫째는 교육부가 정한 교육여건구비조건에 맞아 정원자율책정권한을 되돌려 받게 된 대학이 1백63개 4년제 대학중 7개대학에 불과했다는 것은 수적으로 너무 적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66년부터 정부가 대학정원조정령을 제정해 입학정원책정권한을 대학으로부터 몰수한 지 30년 만에 그 고유권한을 대학이 다시 돌려받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은 대학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만하다.
대학이 가르칠만큼의 학생을 뽑는 결정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은 대학자율권한의 핵심이랄 수 있다. 그런데도 이 기본권한을 대학이 몰수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입학정원조정권한이 대학운영비리의 근원을 이뤘던 우리 대학들의 불행했던 한 시대를 말해 주는 것이다. 우리 대학들은 정원조정권한 남용으로 얻은 오욕과 불명예를 이제야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오랜동안 고유권한을 빼앗긴 상태에서 정부에 의해 수많은 순치과정을 밟아 오면서 이제 겨우 자립할 수 있는 경쟁요건을 그런대로 갖춘 대학이 생겨났다는 상징성을 꼽을 수 있다. 특수한 예이긴 하지만 포항공대는 선진국의 앞서가는 대학수준을 갖췄다 할 만하다. 그런 대학을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불필요한 간섭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셋째는 정부의 대학입학 정원자율화시책이 대학들로 하여금 선의의 경쟁분위기를 조성해 우리 대학들이 한 차원 높게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대학입학정원자율화가 보다 건실하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전제가 있어야 함을 우리는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정원자율화가 대폭 증원으로 이어져 또다시 대학의 교육여건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정원을 늘리라고 권고해도 교육여건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증원을 마다한 포항공대와 주어진 정원이 너무 많다고 판단해 연차적으로 정원을 줄여가기로 한 서울대학처럼 성숙된 자율성을 갖춘 대학들이야 무슨 걱정거리가 되겠는가.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학들은 학생증원만이 생존의 길이어서 엉터리 교육여건 구비로 정원자율권을 빨리 돌려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원자율화가 이러한 대학들에까지 성급히 주어지는 정책의 졸속을 경계하게 되는 것이다. 또 정원자율권을 획득한 대학도 무리한 증원으로 교수대 학생비율, 교육시설법정구비율이 다시 나빠지면 자율권을 다시 박탈하는 등 신축적인 운영방안도 마련할 것을 교육부에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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