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위상찾기 과제로/민원쇄도·중기부도 감소 등 큰성과 불구/부처간 업무중복·의견조정권 없어 “고민”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업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한 중소기업청이 21일로 개청 100일을 맞았다. 중기청은 자금 인력 판로난에 시달리는 중기들이 하루에도 40여개씩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에서 출발한 탓에 기대도 컸지만 그만큼 우려도 적지 않았다. 총선직전 김영삼대통령의 지시로 38일만에 급조돼 선거용이라는 지적도 있었고, 「청」단위로서 과연 각 부처의 업무를 조율해낼 수 있겠느냐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중기청 관계자는 『개청이후 어음부도율이 낮아지는 등 중기경영이 호전되고 있고 1·4분기 중 부도업체수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줄었으며 신설법인수는 크게 늘고 있다』 며 중기청의 공을 간접적으로 평가했다. 사실 20일 현재 1만1,061건의 민원이 쇄도하는등 중소기업들의 관심도 컸고, 이중 98.3%를 신속히 처리하면서 전직원들이 일선업체를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등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서비스기관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정부 각 부처의 후원과 금융기관들의 협조로 기술담보대출확대, 대출금연체이자율 인하를 비롯,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증원, 중기 상품권발행 등 각종 정책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중기청이 없었더라도 이들 정책이 마련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데 중기청의 고민이 있다. 산업기술연수생은 법무부 노동부등이 증원여부를 결정해왔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인원을 배정해왔다. 산업기능요원을 받기 위한 병역특례업체지정도 기협중앙회가 신청을 받아 중기청이 추천권을 행사하지만 선정권은 병무청에 있다. 각종 자금지원집행 역시 금융기관 몫이다. 중기청의 역할이라고는 업체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것외에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의 중소기업반, 재정경제원 중소기업대책회의, 통산부 중소기업정책관 등 상부조직이 남아있어 부처간의 이견조정도 사실상 이곳에서 이뤄진다. 최근 중기청은 중기들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 어음부도제 도입을 추진중이나 재경원과의 이견으로 내부안만을 준비중인 상태다.
또 기협중앙회는 통산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고, 산하단체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중기청외에 통산부로부터 비슷한 내용의 보고를 요청받을 때가 많아 중기청과 진흥공단의 업무도 중복되곤 한다. 이로인해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직원들도 있다. 여기에 각 지방사무소의 경우 구국립공업기술원의 인원에 지원협력업무만을 추가, 명패만을 바꾸어 놓은 상태여서 인력보강도 시급한 과제다.
중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정책을 개발하고,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이 중기청이 꼽는 제1의 역할이다. 때문에 정책과 집행의 틈바구니속에서 행사할 권한이 별로 없는 중기청이 독자적인 위상을 찾으려면 정책개발이나 집행기능 등 명확한 방향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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