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1일 총선 결과로 나타났던 여소야대의 15대 국회 구도가 40일만에 여대야소로 반전되었다. 여당인 신한국당이 그동안 무소속과 야당 당선자들을 꾸준히 끌어들여 1백39석이던 당초의 의석을 과반선인 1백50석으로 늘려놓고야 만 것이다. 그동안의 영입작업을 두고 야당은 국민이 만들어 준 의석분포를 인위적으로 깰 수 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여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여대야소를 추진했다.신한국당은 정국을 안정적으로 주도하기 위해서는 과반선 확보가 필수요건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결과는 그와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게 유감이다. 일시적 현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야당의 반발로 정국이 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과반수 확보 드라이브로 인해 6월5일로 예정된 국회 개원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야당이 등원 거부의 길을 택할지, 여당은 단독 개원을 강행할지 여러가지가 불안하고 불확실하다.
이런 정국불안의 1차적 책임은 여당이 져야 할 것 같다. 개원도 되기 전에 급히 서둘러 무소속과 야당 당선자들을 끌어들이는데 급급했던 무리한 영입작업의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에는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여당의 생리가 있어 그런 일을 거침없이 해도 당연한 양 넘어갔지만 지금은 다르다. 문민시대의 여당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기에 앞서 대화와 절충으로 풀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영입작업만 해도 그렇다. 일단 국민이 만들어 준 의석 분포에 따라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순서다. 대화로 풀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정국은 표류하고 국회는 공전만 거듭하는 파행이 되풀이될 때, 그때 가서 영입작업을 해도 늦지 않은 것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명분을 쌓은 뒤에 강행을 해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짜고짜로 과반수 확보에만 급급하다 보니 야당과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당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강행하고 야당 역시 과거와 같은 형태로 저항한다면 정치 선진화는 15대 국회에서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기정사실화한 여대야소를 다시 여소야대로 환원하라고 할 수는 없다. 무리하고 성급한 영입작업으로 인한 개원정국의 불안조성을 반성하는 의미에서도 앞으로는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과거의 여당을 닮아서는 안된다. 새 국회에 거는 국민의 기대를 생각해서라도 무언가 새롭게 변화하려는 몸부림을 보여주어야 한다. 여당이 과반수를 넘어섰다고 해서 독주해서는 안된다. 힘만 믿고 오만해서는 더욱 안된다. 야당과 충분히 대화하고 끝까지 협상하는 겸손한 자세로 정국을 끌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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