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설명·묘사에 시적 감흥 더한 실험적 장르 눈길/조성기 「내영혼의 백야」 이어 김영현 「연적…」 곧 발표소설과 시의 특성을 결합하는 새로운 양식의 창작물이 선보이고 있다. 조성기씨가 「작가세계」 여름호에 소설시라는 이름을 붙여 「내 영혼의 백야」를 발표했고, 김영현씨도 다음 달에 시소설집 「연적-차라투스트라의 사랑」을 「문학동네」에서 내놓는다.
두 작품은 말 그대로 소설과 시를 모아 줄거리를 만들어가면서 소설이 갖는 상황설명력이나 세부묘사와 시가 표현할 수 있는 극적 감흥, 상상력을 긴밀히 결합시키고 있다. 산문시, 장시와 구별되며 작중인물의 자작시를 자주 등장시키는 소설과도 다른 새 경향이다.
150장 분량의 「내 영혼의…」는 형태로 보면 장시와 비슷하다. 하지만 단어절제와 감정전달 등 시적 분위기로 일관하기보다 산문을 적극 활용했다. 내용은 조씨가 지난해 가을 7일금식 후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체험이다. 그는 금식 후 4∼5일동안 일분 일초도 잠들지 못하는 이상상태에 빠졌다. 세상 도처에서 죽음을 느꼈던 그가 안수기도를 통해 살아나는 과정이 작품에 담겨 있다. 소설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 어쨌든 허구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는 물음에 작가는 『상당부분 시와 결합시켰기 때문에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내적 경험을 문학적으로 극대화해서 표현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시적인 한 마디 문장으로 지나치기엔 감정이 고양된 상태가 많았다』며 『그 대목들을 시로 구체화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곧 이집트여행경험을 소설시로 쓸 계획이다. 여로는 기행소설형식으로, 피라미드 등 죽음의 공간에서 느낀 흥분은 시로 표현할 계획이다.
「연적…」은 조씨의 작품보다는 산문과 시의 구별이 뚜렷하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청계천 헌 책방에서 우연히 낡은 소설책을 한 권 발견했다. 표지가 다 떨어져나가 제목도 저자도 알 수 없는 책이었는데…」라는 서두에서 알 수 있듯 미스터리 분위기가 강하다. 이 낡은 소설의 주인공이 쓴 시집을 찾아내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작품의 내용이다. 젊은 부인을 청년에게 빼앗긴 노철학자는 복수심에 불타 남녀를 죽이려 한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복수를 포기한채 집으로 돌아와 일생을 되돌아보는 시를 쓰고 자살한다. 김씨는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라도 소설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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