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으로 초혼과 동일” 인식서 출발/재혼알선·정보교환 모임도 급속 확산재혼에 관한 최초의 공개논의의 장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가 재혼에 대해 갖고있는 편견을 지적하고 가족문제와 재산문제를 중심으로 재혼의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제발표자인 조옥라 서강대 교수는 『재혼의 결혼관은 근본적으로 초혼과 다르지 않다』며 『그러므로 재혼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자유로운 선택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의 전화와 가정법률상담소를 중심으로 재혼에 관한 각종 프로그램들도 생겨나고 있다. 남성의 전화는 이혼남들의 모임인 「새출발 모임」을 통해 자립을 위한 정보교환, 재혼상담 등을 실시하고 있다.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기러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가정법률상담소도 조만간 이혼 후의 정신적 안정과 경제적 자립, 재혼 알선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다.
재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이혼의 급증. 17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96년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이혼신고는 7만 3,214건으로 전체 결혼부부 6쌍중 1쌍이 이혼한 셈이다. 이처럼 이혼이 늘고 특히 30대의 이혼율이 가장 높게 나타남에 따라 재혼을 생각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이혼이 그러하듯 재혼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케이블 TV 프로그램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성채널인 D TV에서는 「즐거운 이혼」이라는 제목으로 이혼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왔으며 이달말부터는 보다 광범위한 시각에서 이혼과 재혼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G TV의 「TV 이혼법정」에서도 이혼의 실례를 분석하고 재혼을 포함한 여러가지 사후대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부소장은 『재혼이 날로 늘어가는 추세에 비해 재혼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건전한 재혼문화의 정립을 위해 보다 많은 공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지영 기자>김지영>
◎통계로 본 재혼/여재남초커플도 갈수록 증가추세/재이혼도 점차늘어
재혼이 크게 늘면서 재혼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재혼에 대한 인식이 「불가피한 결정」에서 「자유로운 선택」으로 변해감에 따라 재혼의 흐름도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재혼의 형태.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상담한 재혼 남녀 62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여자 재혼 남자 초혼이 모두 99명으로 15.8%에 달했다. 이는 아직까지 재혼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여자 초혼 남자 재혼(44.6%)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향상과 맞물려 점차 증가추세다. 남녀 모두 재혼인 경우는 39.6%였다.
이에 따라 재혼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인 자녀양육에서도 재혼남성이 아내의 전남편의 자식을 기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체 남성 상담자 105명 중 전남편의 자녀를 기르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20.2%로 기존 재혼의 일반적형태인 전처 자녀를 기르는 재혼 여성(24.1%)과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한편 최근 들어서는 재이혼도 점차 늘고 있어 재혼 유지기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재혼후 파탄에 이르는 기간은 아직까지는 10년 이상이 32%로 가장 많다. 그러나 3∼5년 미만이 14%, 1∼3년이 19%이고 6개월 미만도 9%로 나타났다. 이는 초혼에 실패한 사람들이 원만치 않은 재혼생활이더라도 어떻게든 가정을 깨뜨리지 않으려 애쓴다는 통념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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