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후 8년만에 「이성의 안팎」 등 논문 2편 추가/서구지성사 주요 이론틀로 아시아 자본주의 분석독일 훔볼트대교수로 재직중인 송두률씨(52)가 대표저작 「계몽과 해방」의 개정증보판(당대간)을 냈다. 88년 출간한지 8년만이다.
「계몽과 해방」은 72년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위르겐 하버마스교수의 지도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던 논문. 헤겔의 관념철학과 마르크스의 혁명패러다임, 베버의 「세계의 탈주술화」 등 서구지성사를 이끌어온 이론을 통해 아시아의 자본주의를 분석한 책이다.
증보판에는 서구합리주의와 한국의 근대화문제를 다룬 「이성의 안팎」과 「문명충돌에 대한 비판」등 논문 두 편이 추가됐다.
그는 서문에서 『동서냉전이 끝난 이후 생긴 사상적 공백을 메우려는 여러 흐름이 혼재하면서도 산적한 기본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증과 반성없이 그대로 지나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 않나 하는 기우』 때문에 다시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서구의 합리주의전통은 삼풍백화점의 붕괴와 5·6공 비리를 겪은 한국사회가 근대화의 자화상을 비쳐볼 「거울」로 제시된다. 그는 「이성의 안팎」에서 스승 하버마스의 견해를 인용,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이성과잉 때문이 아니라 이성이 아직도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성이 비록 하나의 보편적 의미를 지닌 내용을 규정할 수는 없어도, 이성을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만 이성은 방어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서구합리주의의 어두운 측면을 고발하는 동양(한국)의 정신이 이성의 「밖」에서만 맴돌 때 자기변호에 급급한 독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총체적 긍정, 아니면 부정」으로 현대와 전통, 서구와 비서구, 보편성과 특수성의 선을 긋는 이분법적, 절대주의적 사고를 극복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67년 서울대 철학과를 나와 프랑크푸르트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뮌스터대에서 사회학으로 교수자격을 취득했다. 국내에는 「계몽과 해방」(88년), 「소련과 중국」(90년), 「현대와 사상」(90년), 「전환기의 세계와 민족지성」(95년), 「역사는 끝났는가」(95년) 등이 출간됐다.<변정섭 기자>변정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