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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의 파워(징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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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의 파워(징명수 칼럼)

입력
1996.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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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고무신은 왜 왼쪽 오른쪽 구별이 없을까. 그 이유는 『사위가 왔을때 얼른 신을 신고 달려나가기 위해서』라고 한 싱거운 사위가 말했다. 그 우스갯소리를 들으면 사위를 반기는 장모의 푸짐한 환영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든가 『사위에겐 씨암탉이라도 잡아 준다』는 등의 옛 말은 장모의 사위 대접이 얼마나 극진했는지를 말해 준다.『사위는 백년 손님』이란 말도 있다. 사위란 세월이 흘러도 항상 어려운 존재란 뜻이다. 딸의 인생을 사위에게 맡겨야 했던 시절, 융숭한 사위 대접에는 『내 딸에게 잘 해 달라』는 애틋한 당부가 담겨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런 풍속이 많이 바뀌어 장모의 눈치를 보는 사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위에게 씨암탉을 잡아주면서 은근히 딸을 부탁하던 장모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딸의 부부관계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집마다 어머니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데, 강한 어머니들은 자기 가족뿐 아니라 사위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대개 한두자녀를 낳아서 금이야 옥이야 키운 어머니들은 딸이 결혼하여 조금이라도 부당한 일을 당하면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시대를 잘못 만나 억울한 시집살이를 했지만, 너는 그렇게 살지 말아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런 일을 당한단 말이냐』라고 팔을 걷고 나서는 어머니가 많다.

『앞날이 벌써 노랗다면 아이 낳기전에 헤어져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하는 어머니도 적지 않다. 『그런 일로 헤어지다니 무슨 소리냐』고 야단치는 어머니는 줄어 들고, 헤어질바엔 빨리 헤어지라는 어머니는 늘어나고 있다. 이혼까지 부추기지는 않더라도 사사건건 간섭하는 장모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위들이 많고, 장모의 언사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혼할때는 시어머니가 어떤 사람인가 못지않게 장모의 인품을 알아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딸은 대개 어머니를 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모가 유난스러우면 좋지않다는 뜻이 담겨 있다. 신혼부부들은 서로 적응하느라고 대부분 갈등을 겪는데, 친정어머니가 갈등을 확대시키는 쪽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는 경계의 소리다.

시어머니든 장모든 아들과 딸의 인생에 너무 깊이 개입하려는 것이 요즘 부모들의 병폐다. 자녀들의 전 생활을 어머니가 주도하며 공부시키던 습관을 계속 이어가서는 안된다. 한평생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미숙한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키워갈 수는 없다. 행복은 어머니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는 자녀로부터, 자녀는 어머니로부터 좀더 독립적이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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