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20일 원내과반수의석을 확보함으로써 4·11총선결과 나타난 여소야대구도는 「신여대야소」정국구도로 반전됐다. 이에 따라 여권은 일단 영입작업을 중단하고 야권의 요구사항을 일부수용하면서 개원협상을 벌이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야권은 대화거부및 장외투쟁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경색정국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여 협상전략/힘 바탕 야 설득·대국민홍보 병행/영입 일시중단·정자법 등 선거제 개선 제의도 검토
신한국당은 이날 과반수의석확보로 안정적 정국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판단아래 다각적인 협상카드를 검토하는 한편 막후채널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신한국당이 구상하고있는 협상전략은 크게 두가지다. 야당을 설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국민 직접홍보를 펼치는 양면작전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신한국당은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절한 명분을 제공할 방침이다. 동시에 과반수확보를 추진해야했던 배경을 홍보함으로써 야당을 외곽에서 압박해가는 방식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국당이 야당설득을 위해 처음 내놓은 카드는 개원때까지의 영입중단이다. 이미 과반수가 확보된 상황에서 영입 일시중단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신한국당의 이러한 제스처는 일단 야당에 대한 「성의표시」로 해석된다. 물론 한껏 뺨을 때려놓고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로 지난 일을 해결할 수 없듯이 신한국당도 이를 협상의 충분조건으로 생각하지는 않고있다.
따라서 야당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신한국당의 「보상책」은 다양하게 모색될 수밖에 없다. 우선 영입과 관련한 야당의 불안을 씻어주는 내부적인 약속이 검토될 수 있다. 김덕룡정무1장관은 이날 『자기당 소속 당선자들이 탈당할 것을 걱정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특히 자민련을 의식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또 하나는 야당이 주장하는 협상조건을 일부 수용하는 방안이다. 그 중에는 선거제도개선 등을 위해 개원후 국회내에 관련특위를 구성하는 문제등이 포함될 수 있다. 대선과 관련해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을 개정하겠다는 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서청원총무는 『나름대로 복안이 있다』면서 『우리가 성의를 다하면 야당도 국회에 들어오지 않겠는가』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와함께 신한국당은 과반수 확보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직접홍보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각종 민생개혁을 김영삼대통령의 남은 임기중 완결하기 위해서는 안정의석확보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이날부터 유난히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홍구대표는 이런 측면을 부각시키고 국민의 이해를 당부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이번 주말께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국당은 야당이 끝까지 개원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같은 대국민홍보를 통해 야당을 원내에 들어오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은 야당내 초선 당선자들의 등원요구움직임도 개원협상에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정광철 기자>정광철>
◎야 대응방향/“헌정파괴” 규정 투쟁일정 당겨/“여 독단에 대화불가” 규탄속 여론보며 대처할듯
국민회의 자민련 민주당 등 야권은 신한국당의 과반수의석 확보강행에 대해 당초 2단계투쟁일정으로 잡았던 장외집회를 앞당기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있다. 야3당은 20일 공동대책위와 사무총장 및 원내총무접촉을 잇따라 갖고 다음주로 예정된 장외투쟁을 이번 주로 앞당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선 야권은 오는 26일 야3당공동주최로 서울 보라매공원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갖기로 했다. 과반수확보저지선이 무너진 만큼 투쟁일정을 앞당겨 결판을 짓겠다는 자세이다.
야권은 일단 총력을 기울여 일전을 벌인 뒤 여론추이를 봐가며 대처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은 또 22일 일제히 현수막 및 차량스티거 부착에 나서며 25일에는 야3당이 공동제작한 특별당보 1백만부를 가두배포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주에는 신한국당에 입당한 이규택(경기 여주) 백승홍(대구 서갑)당선자 등의 지역구에서 규탄집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김대중총재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정부여당의 인위적 과반수확보를 헌정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법적·정치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투쟁키로 결의했다. 설훈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우리당은 이제부터 정부여당의 헌정파괴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범국민운동에 돌입할 것이며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정치적 혼란은 신한국당의 책임』이라고 선언했다.
자민련은 이날 당 5역회의와 간부회의를 잇따라 열어 『신한국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반수의석을 확보한 것은 비민주적인 폭거』라고 규정하고 야권공조를 통한 대여강경투쟁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이정무총무는 회의후 『신한국당이 아무 명분과 퇴로를 주지 않는 상황에서 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타 야당과 강력한 공조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택수대변인도 논평에서 『신한국당이 온갖 추악한 공작을 벌인 끝에 과반 수의석을 확보한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포기하고 독단과 전횡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도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신한국당의 과반수의석확보강행을 강력히 비난했다. 김홍신대변인은 회의후 논평을 통해 『현정권이 약점을 빌미로 야당 당선자를 공갈, 협박해 탈당케 하고 신한국당에 입당시킨 것은 전형적인 군사독재정권의 공작정치』라고 주장했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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