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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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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일본등 선진국에서 대학생들의 학생운동이 열병처럼 극성을 부렸던 1970년을 전후해서 자유베를린대학의 극좌운동권학생들은 총장선출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채택시켰다. 교수·전임강사·조교·학생등 4자가 평등하게 대학운영에 참가하는 4자동권의 대학운영체제를 창출해 냈던 것이다. 이른바 베를린모델이다. ◆말이 「4자동권」이지 그것이 표로 행사될 때는 수적으로 절대 우세한 학생표를 당해낼 세력이 없어 대학운영에서 학생독주현상을 노출했다. 그것은 총장직선에서 현실로 나타나 학생들에게 동조한 32세의 조교가 자유베를린대학의 총장에 압도적인 다수표로 선출됐다. ◆명망있고 실력있는 교수들은 이 엄청난 이변에 충격을 받아 대학을 떠나갔고 그로 인해 대학의 강의와 연구수준은 급격히 떨어져 자유베를린대학은 황폐화의 지경에 이르렀었다. 이와는 유형이 약간은 다르지만 우리 대학들은 교수들에 의한 총장직선제가 대학을 황폐화시키는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해서 그 존폐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우리의 대학총장직선제는 「6·29선언」이후 대학에 몰아닥친 획일화바람의 결과랄 수 있다. 88∼90년에 대학들은 총장직선제를 하지 않으면 민주화와 자율화의 대열에서 낙오되는 줄 알고 앞다퉈 직선제를 채택했었다. 그러나 총장직선제는 부작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 드러났다. ◆직선제는 재단에 의한 임명제보다 우수한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선거운동에나 능한 사람을 뽑기 십상이다. 선거후 서로 다른파 교수들간의 갈등으로 캠퍼스의 분열현상도 만만치 않다. 선거로 뽑힌 총장은 남발한 공약에 발목이 잡히고 밀어준 교수들의 눈치나 보다 마는 무능 총장이 되기 일쑤다. 총장직선제의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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