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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사탄숭배」 창궐/“처녀성 바친다” 소녀 엽기적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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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사탄숭배」 창궐/“처녀성 바친다” 소녀 엽기적 살해

입력
1996.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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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파헤치고 악마상징 표시/“어둠의 자식들” 대부분 청소년미국 검찰은 최근 한 엽기적인 사건의 전모를 공개했다.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종된 15세된 소녀가 7월 같은 동네에 사는 15∼17세 고교생 3명에게 강제로 마약주사를 맞은 뒤 강간·고문을 당하고 살해됐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지옥행 티켓을 얻기 위해 소녀의 처녀성을 사탄의 제단에 바치려 했다』는 범행동기였다. 최근 들어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이같은 사탄숭배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말 독일경찰은 도르트문트시에서 사탄숭배자들이 출산 직후 숨진 쌍둥이 여아의 관을 파헤치고 묘지석에 악마의 상징 숫자인 666과 5각형 별표를 스프레이로 그려놓은 것을 발견했다. 1월에는 브란덴부르크의 성 카타리나교회 설교단과 담벼락에 사탄의 부호를 스프레이로 뿌려대는가 하면 십자가와 성화를 다 망가뜨리기도 했다. 크레펠트에서는 최근 수도사 복장을 한 사탄숭배자들이 두 소녀를 강간하고 짐승의 피를 마시라고 강요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같은 짓을 일삼는 사탄숭배자들은 악마적인 음악을 트는 디스코텍이나 클럽, 레코드가게 등을 중심으로 은밀히 모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에센 보훔 도르트문트 중심가에는 악마의 액세서리는 물론 사탄의 의식을 행할 때 사용하는 기이한 소도구, CD 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도르트문트시에 있는 서점 「5각형별표」는 사탄숭배의 이론적 원조인 얼라이스터 크라울리(영국인·47년 사망)의 저술을 판매하고 있다. 「피의 희생」을 주제로 한 이들 책의 내용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이 도시에서는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안톤 라 비가 설립한 「사탄의 교회」가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라 비는 「사탄의 바이블」을 쓰는 등 크라울리를 잇는 사탄숭배의 중심인물이다.

사탄숭배자들은 대부분 10대에서 20대 초반의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무덤을 파헤치고 검은 복장에 창백한 화장을 하고 악마적인 가사가 담긴 음악을 즐긴다. 그러다가 사탄숭배로 발전하는 것이다. 사탄숭배자들은 엄격한 위계질서를 갖춘 조직을 구성, 한적한 철길이나 숲속같은 곳에서 은밀히 사탄숭배의식을 집행하는가 하면 기독교인들에게 테러를 가하기도 한다.

15세때 사탄숭배클럽에 가입했다 탈퇴한 토마스씨(가명·24)는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프랑스 미국 스칸디나비아 등에서 온 사탄숭배자들과 함께 악마의 의식을 집행하기도 했다』며 『사탄숭배자들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불안을 없애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왜 이런 반사회적 일탈행동이 확산되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은 매우 궁한 실정이다. 베르너 헬스퍼 같은 사회학자들은 무덤파괴자들을 『사회의 합리화과정에 반항하는 고독한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사탄숭배에 이르면 이론적인 설명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우리 시대가 이처럼 사악한 아이들을 낳은 것일까?<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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