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귀족·부르주아계급·관료관계 주목/8개국 근대화 과정 정치체제변화 분석전근대적 농경사회에서 근대적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세계사의 흐름은 대부분의 국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근대화과정에서 어떤 국가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체제로, 어떤 국가는 위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반동적 자본주의체제인 파시즘으로 나아갔고 사회주의체제로 전환한 나라도 있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는가. 배링턴 무어의 「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은 이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그는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등 8개 국가를 대상으로 각각의 근대화과정에 영향을 미친 정치적 역학관계, 계급구성등을 집중분석했다. 「독재와 민주주의」라는 상이한 체제로 귀결되는데 작용하는 변수로 그는 토지귀족, 도시부르주아계급, 국가관료등의 상호관계에 주목했다.
우선 영국 프랑스 미국등은 독자적 경제기반을 다져온 도시부르주아계급이 전통적 지배계급이었던 토지귀족을 누르고 새롭게 떠오르면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체제를 구축했다. 반면 독일 일본등은 부르주아계급의 성장이 미약해 토지귀족이 국가의 관료세력과 연합한 형태에서 산업화를 이끌어가다 파시즘으로 나아갔다. 러시아 중국등은 부르주아계급과 토지귀족의 세력이 약하고 농민들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구체제가 무너지고 사회주의라는 새 체제를 만들었다. 이같은 세 가지 근대화 통로 외에 인도처럼 톡특한 길을 걸어간 나라도 있지만 무어의 분석은 기존 서구중심의 근대화연구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66년 출간과 함께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독재와 민주주의…」는 한국의 근대화에 대한 해석과 평가에도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특히 분단이후 각기 다른 근대화의 길을 걸었던 북한과 남한에 대한 체제비교와 분석, 평가에 중요한 시사점을 지니고 있다. 국내에는 85년 진덕규교수(이화여대 정외과)의 번역으로 소개됐다.
1913년생으로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무어는 하버드대 정치학과와 사회학과등에서 강단에 섰고 하버드대 러시아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소련정치와 사회를 연구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